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으로 대한민국이 뜨겁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선거, 과연 북한에도 남한과 같은 선거가 존재할까요?
북한의 선거는 어떤 모습인지 오늘<평양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정치부 외교안보팀 강영호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1 】
강 기자, 북한은 엄연히 독재국가잖아요.
그런데도 남한과 같은 선거가 진행되나요?
【 답변1 】
북한의 정식 국가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민주주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북한에도 선거는 존재하는데요.
북한의 선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지방선거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입니다.
대의원 임기에 따라 각각의 선거는 5년과 4년 주기로 진행됩니다.
【 질문2 】
외형만 봐선 우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거 같습니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투표를 할 수 있나요?
【 답변2 】
북한의 선거 포스터를 준비해봤는데요.
선거의 종류, 날짜와 함께 "모두 다 찬성투표하자!"라는 문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찬성'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북한에선 지역구 별로 조선노동당에서 지명한 1명의 후보만이 출마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대의원선거법을 보시면 비밀투표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투표용지부터가 우리와 차이가 있습니다.
용지엔 후보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찬성하면 그대로 투표함에 넣고 반대할 경우 옆에 놓인 펜으로 이름을 가로 그으면 됩니다.
문제는 펜을 집어드는 순간 투표장을 감시하는 보위부 요원들에게 적발돼 정치범 낙인이 찍히는 겁니다.
▶ 인터뷰 : 조충희 / 굿파머스 연구소장(2011년 탈북)
- "볼펜을 집어드는 순간 양쪽에서 들어오는 문에 한 명, 나가는 문에 한 명 감시자가 있거든요. 이 감시자들이 바로 주변에 있는 보위부 성원한테 이야기해서…."
【 질문3 】
강 기자, 어차피 찬성에만 투표해야 하면 우리처럼 여야 후보가 유세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겠네요?
【 답변3 】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19년에 치러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보시면요.
전체 687개 의석 중 조선사회민주당, 천도교정우당 등이 약 80석을 차지했습니다.
'교우당'으로 불리며 조선노동당의 노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들은 이른바 보여주기식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야당다운 야당도 없는데다가 야당의 출마 지역엔 조선노동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유세 현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는 북한 지도부가 뽑은 소위 '엘리트 계층'만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지역 공장이나 농장에서 공을 세운 일반 주민이 간혹 후보자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 질문4 】
선거 당일의 풍경은 어떤가요?
【 답변4 】
휴일은 맞는데 우리처럼 선거날 놀러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에선 선거가 사실상 강제투표와 다름없는데요.
지역의 인민반장이 유권자 현황을 파악해 투표에 참여할 것을 지시하며 남성은 정장, 여성은 한복 등을 착용해야 합니다.
환자를 위해 병원에 투표소가 설치되고, 범죄자는 투표를 하면 감형을 시켜주는 지역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색다른 풍경도 있습니다.
투표가 끝나면 소위 춤판이 벌어지고 체육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 인터뷰 : 안성혁 / 2011년 탈북
- "공장에 투표소가 마련이 됐고 사람들이 한복 같은 거 입고 춤도 추고 하면서 투표 끝나고 배구 경기도 하고 농구도 하고…."
【 질문5 】
100% 찬성률의 뻔한 선거를 치르면서 춤판까지 벌이는 모습은 체제 과시용이로군요?
【 답변5 】
맞습니다. 선거가 대외에 결속력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체제가 독재 체제가 아니고 전 주민의 완벽한 지지를 받는 민주주의 정부다 이런 걸 강조하기 위한 이벤트로 볼 수 있습니다."
【 질문6 】
강 기자, 북한 다음 선거는 언제인가요?
【 답변6 】
올해는 없고요, 내년에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경제 상황에 따라 주기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 클로징 】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만큼 그럴 수 있겠군요.
지금까지 정치부 강영호 기자였습니다.
[ nathaniel@mbn.co.kr ]
영상취재 : 김형균 VJ
영상편집 : 이재형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