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간부가 국민의힘과 대선용 전세 열차계약을 했다가 최근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거세다.
코레일과 정치권에 따르면 코레일 고객마케팅단장인 이 간부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측이 설 이후 전국 순회 홍보를 위해 빌린 '윤석열차'계약의 코레일측 책임자였다고 한다.
윤석열차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준비한 '비단주머니'가운데 하나다.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카페차 1량을 포함한 무궁화호 객차 4량을 빌려 지방을 돌며 정책과 공약을 홍보할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런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코레일측에 이같은 계약 체결 배경과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코레일측이 당혹스러워하며 민주당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나서 지난달 21일 돌연 원포인 인사를 통해 이 간부가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으로 발령이 났다.
코레일측은 "윤석열차 계약과 이번 인사는 무관하다. 민주당 압박도 없었다"며 "최근 발생한 탈선사고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실본부장급이 자회사로 가는 경우도 있어 좌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까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탈선 원인 조사가 끝나지 않은데다, 원포인트 인사를 하면서 당사자 소명까지 듣지 않은 것은 좌천성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외부에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실제로 현 정권 출범 후 여권의 눈 밖에 나거가 미운털이 박혀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옷을 벗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비판적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이모 본부장이 지난달 7일 한수원 산하기관으로 인사조치됐다.
이 본부장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한 연설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를 국민의힘 의원측에 제출한 게 좌천 인사요인으로 꼽힌다.
검찰에선 '조국 수사'등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한동훈 검사장 등 많은 검사들이 한직으로 쫓겨나거나 아예 옷을 벗었다.
오죽하면 한 검사장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유씨의 거짓말 때문에 4차례나 좌천을 당했다"며 "현 권력자들은 무슨 짓을 해도 되는 초헌법적인 특권 계급이 됐다"고 울분을 토했겠나.
사법부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인권법 연구회 출신 판사들만 주요 보직을 꿰차면서 다른 판사들은 줄줄이 한직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법원 정기인사에서 판사 80명 이상이 무더기로 사표를 낸 것도 이같은 김 대법원장의 코드인사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엄정한 신상필벌이 요구되는 공직사회와 공공기관 등에서 이처럼 부당하고 편파적인 인사가 횡행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다"고 했지만 허언이 된 지 오래다.
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능력 위주' '적재적소' '탕평 인사'는 찾아볼 수 없고 코드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 제편 챙기기 인사만 판을 치고 있다.
지금처럼 특정인과 특정세력을 겨냥한 좌천·보복성 인사가 남발되면 공직사회가 위축되고 기강도 흐트러질 수 밖에 없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권력은 사람의 뇌를
좌천·보복성 인사와 솎아내기 인사는 정권의 오만과 독선, 아집을 비춰주는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정권이 이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편협하고 옹졸한 인사의 악순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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