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공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 '7시간' 녹취록 파장이 상당합니다. 김 씨의 '안희정이 불쌍하다'는 발언이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차 가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은 김 씨와 이 대표 모두를 저격하고 나섰습니다.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은 18일 저녁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김건희 녹취록'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굉장히 유감스러운 발언이었다. 측은지심을 느껴야 할 대상이 잘못되었다고 본다"며 "불쌍한 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김지은 씨다. 지금도 일상을 되찾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먼저 선행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신 전 부위원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발언(미투 관련 발언) 같은 경우, 사과해야 할 내용이 맞다고 판단한다"며 "사적인 대화라고 말씀하지만 이미 기자 신분을 밝힌 상황에서 공직 후보자 배우로서 전화 통화를 하신 내용이다. 그 내용이 이미 공공에게 발현된 상태고, 송출된 상황이고, 피해자 분도 사과를 요구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사과를 안 할 이유보다 해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진 상황"이라며 "발언하신 당사자는 김건희 씨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요청하는 대로 응당 사과를 직접 드려야 한다. 후보자(윤석열)께서는 안희정 편이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도 안희정의 편이신지 정말 안희정 씨가 불쌍하다고 느끼시는지, 유권자 분들께 정확하게 말씀 해주셔야 할 때 아닐까 생각한다"고 윤 후보와 김 씨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사적 통화이기 때문에 2차 가해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말에는 "이미 김지은 씨는 협박을 일상에서도 지금도 당하고 있고 재판 전에도 당했고 끝나고도 당했고 유죄판결을 받고 나서도 조롱을 당하고 있다"며 "여기에 야권 대선후보자가 나는 가해자를 불쌍하게 여긴다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인데 당연히 이것이 2차 가해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전 부위원장은 "야권 대선후보마저 피해자의 곁에서 서 있지 못한다면 대체 대한민국 이 땅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며 "2차 가해냐 아니냐 이걸 따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생각해야 되는 것은 김지은 씨, 그가 겪고 있는 현재 상황, 그가 호소하고 있는 사과에 대한 요청, 그런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야권 대선후보로서 제대로 된 행보를 보여주시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윤 후보에 대해서는 "만나봤을 때 그 분께서는 공정과 정의, 법치주의를 계속 말하셨다. 대장동이나 조국 사태를 비판하면서 법치를 바로 세워야겠다고 하셨던 분"이라며 "그런데 왜 위력형 성폭력 사건에는 법치주의를 적용하지 않느냐"고 비난했습니다.
신 전 부위원장은 인터뷰 이후 페이스북에서도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함에도, 2차 가해가 아니라며 이대로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2차 가해"라고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아울러 "김지은 씨에게 가해진 폭력은 현재 김건희 씨가 받고 있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며 "김건희 씨가 '쥴리'라고 말한다. 김건희 씨의 성공은 정당한 루트가 아닌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사용해 얻은 것이라 몰고 가는 것. 모함과 얼굴평가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여성혐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후보자의 아내마저 여성혐오로 피해를 받는 이 마당에 가해자 안희정을 불쌍히 여기는 일이 정당한 것이냐"며 "후보자가 표에 흔들려 본인이 가진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을 잃는다면 후보의 당선은 개인의 영광 이상이 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18일) 유튜브 채널 뉴스토마토의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해 "사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 가지고 2차 가해란 표현은 성립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며 "김건희 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김지은 씨 간 사적관계에 대해 개인적인 사견을 얹어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후보 배우자가 만약 공개적인 공간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본인의 이런 사견을 피력해 김지은 씨에 대해 얘기했다면 2차 가해란 표현이 성립할지도 모르겠다"며 "후보자의 배우자가 김지은 씨에 대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는 김 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본인의 느낌을 평가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일반적인 시민들도 어디선가 한번 접해 봤을 만한 풍문일 것"이라고 김 씨를 두둔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자의 배우자가 다소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송구하다는 표현을 했기 때문에 딱히 문제 삼을 상황이 크게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저는 사적으로 김건희 씨와 대화를 해본 입장에서 보편적인 정치인 부인보다도 정치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후보자에게 과도한 개입을 한다든지, 농단이라 할 만한 정도의 행동을 할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 16일 밤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방송된 7시간 통화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소속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수들은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야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라며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그러니까 미투도, 이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트리면서 그걸 잡자 했잖아. 아니 그걸 뭐 하러 잡자 하냐고"라며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구만 솔직히. 둘이 좋아서 한 걸 갖다가 완전히 무슨 강간한 것도 아니고.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야"라고도 했습니다.
김 씨는 MBC 측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서 "성 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하지만 피해자 김지은 씨는 방송 이후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 씨의 태도를 보았다"며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김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