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의 선거 슬로건과 구호에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서였다. 각자도생은 '각자가 스스로 알아서 제 갈 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각자도생의 사회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도와가며 어려움을 이겨내지 않는다. 각자가 홀로 살 길을 찾겠다고 아등바등 댄다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연대는 무너진다.
대선후보들의 구호에서 '각자도생'을 느낀 건, 이들의 구호가 유독 '나'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최근 '내가 행복해지는 내일'을 제시했다.
캠프 측 설명 자체는 근사하다. 이 후보 측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후보 측도 "국민 한 분 한 분이 행복해재는 내일을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좋은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뭔가 허전하다. 예전 대통령의 슬로건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도드라진다.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모든 국민의 대한민국'이라는 뜻으로 국민 통합을 내세운 구호였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였다.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구호였다. 공동체의 연대를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올해 슬로건에서는 '통합'이나 '연대' 대신, '나'가 강조된다. 나의 이익과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이 공동체의 통합이나 연대보다는 ' 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느냐'라는 것을 후보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지금 대한민국은 통합이나 연대보다는 '나'가 강조되는 나라다.
이런 세태에서 한국인들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느낀다면 지나친 걸까. 힘들 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면, 인간은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럴수록 통합과 연대의 가치는 줄어든다. 서로 힘을 합치고 도와가며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게 공허하게 들린다.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절박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나의 이익과 행복'이 중요해진다. 대선후보들의 구호는 한국민의 외로움과 각자도생의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는 거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인의 사회적 고립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타 회원국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그 수치가 한국은 24.1%인데, OECD 평균은 11.4%에 불과했다. 게다가 한국은 최근 몇 년 새 사회적 고립도가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일이 생길 경우',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등에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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