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번진 정용진 '멸공' 발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정치권으로 넘어온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매한 데 이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멸치와 콩'을 사며 정 부회장을 옹호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5일 본인 인스타그램에 붉은색 지갑 사진을 올린 뒤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라며 해시태그로 '#난공산당이싫어요'를 달았습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숙취해소제 사진을 올리며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라며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는데, 해당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에 의해 강제로 삭제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유는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 위반'이었습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측 경고 메시지를 캡처해 올리며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난 공산주의가 싫다"고 공개적으로 항의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측은 지난 6일 '시스템 상 오류'였다며 게시물을 복구했습니다.
이후 정 부회장은 김정은 총비서 사진을 올리고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남의 나라가 공산주의던 민주주의던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라며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다. 나랑 중국이랑 연결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을 소국으로 칭한 것에 대한 반감 때문에 나온 반응이었다"며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게시물을 통해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우리 다같이 멸공을 외치자"며 "그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대화합"이라고 전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며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정 부회장과 윤 후보를 동시에 저격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해당 트위터를 공유하며 '존경한다'는 의미로 "리스펙"이라며 조 전 장관을 비꼬았습니다.
조 전 장관의 비판 이후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또한 정 부회장을 겨냥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 부회장을 응원한다. 그가 '멸공'을 하든 '친공을 하든 관심이 없다"며 "그러나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 기업 풍토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하는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윤 후보는 8일 이마트에 들러 멸치와 콩을 구매했습니다. 앞 글자만 따면 '멸콩'인데, 윤 후보가 정 부회장을 지원사격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마트는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윤 후보가 낮 12시쯤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봤다며, 윤 후보가 카트를 끌고 다니며 여수멸치와 약콩을 골라 담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윤 후보에 이어 이마트 장보기에 동참했습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이마트에서 장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멸공!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또한 이마트를 방문해 "주말엔 달파멸콩"이라며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하는 모습을 SNS에 인증하기도 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