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 대통령, 박근혜 사면 후폭풍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한 듯"

"실망스럽다는 분들께 답 못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 건강 문제 많이 고려한 듯"

↑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강원 춘천시 팔호광장에 설치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기원 트리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폭풍 등을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하신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26일) 이 후보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사전에 (문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논의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여권 지지자들에 반발에 대해 "저에게도 '탈당한다, 그러나 이재명은 지지한다' 등의 문자가 몇 개 온다. 실망스럽다는 분들도 계신다"면서도 "(실망스럽다는 연락에) 답을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많이 고려하지 않으셨을까 싶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면 상당히 걱정된다. 저 같아도 정말 고뇌가 많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후보는 "형식적으로 보면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 사면권을 제한하기로 했던 약속을 어긴 것처럼 보일 수 있기도 하다"면서도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에 연락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묻는 말에는 "일반적인 얘기는 하는데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는 한 일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 대구에 걸린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축하 현수막 /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가 '국민 통합을 통한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한다'는 사면 관련 입장을 낸 것과 관련해서는 "그 문안을 만드는 데 저희도 많은 고심을 했다"며 "지위가 높을수록 더 책임을 크게 져야 한단 게 제 기본적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하면서도 "어쨌든 문 대통령은 저희 의견과 국민 목소리, 역사적 책무, 국가 지도자 입장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나. 그런 상태에서 저희가 논평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고 고뇌를 이해한다고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고 중요한 부분을 승계해서 제4기 정부를 이뤄야 할 같은 식구이기에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사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다. 사면 문제가 전체적으로 유리할지 불리할지 판단이 안 선다. 판단하면 뭐 하겠나, 이미 벌어진 일인데"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그제(24일)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3,094명에 대한 특별 사면을 결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