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與, 당헌·당규 어겨 신뢰 잃어" 무공천 시사
↑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년 3월 9일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자 이낙연계 의원들이 반발했습니다.
오늘(15일) 이낙연계 의원들은 "종로 무공천 방침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진정성을 비하하는 행태"라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중이던 지난 9월 8일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냈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정치 1번가'로 일컬어지는 종로에서도 내년 대선과 같은 날 보궐선거가 진행되게 됐습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그러나 이 후보는 그제(13일)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무공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스스로 만든 당헌·당규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지금 재보선 지역이 전부 당헌·당규상 무공천 지역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국민에게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확정된 내년 재보선 지역은 서울 종로와 서초갑, 경기 안성, 대구 중·남구, 충북 청주 상당 등 5곳으로, 이 중 종로와 안성, 청주 상당 3곳이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재보선이 진행됩니다. 종로와 달리 안성과 청주 상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입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은 내려놨지만 지역위원장직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들과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낙연계 한 의원도 TV조선과의 통화에서 "안성이나 청주처럼 의원 스스로의 귀책으로 재보선 지역이 된 곳과 달리 종로 무공천 방침은 이 전 대표의 진정성을 비하하는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지난 4월 실시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 당헌·당규를 어기고 후보를 내보냈다가 대패한 것을 염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관계자는 "공천 여부는 1월이 돼야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아무래도 공직선거법 위반이 확정된 지역은 공천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종로가 가진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해당 지역에 공천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의 무공천 효과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에 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원희룡 전 제주지사 / 사진=연합뉴스 |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종로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공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