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했는데 번호 바꿔 또 걸었다"
↑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사진=연합뉴스 |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대선 투표 독려 전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점차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허 후보는 지난 11월부터 전 국민에게 무작위로 투표 독려 전화를 돌려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11월에 '02-780-9010'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안녕하십니까. 허경영 대통령 후보입니다. 코로나로 얼마나 힘드십니까. 대한민국 미래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용기 있는 투표입니다. 허경영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온 뒤 자동으로 끊깁니다.
처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에는 온라인상에서 "인싸들만 받는 전화 아니냐", "신선하다", "놀랐는데 재밌긴 하다" 등의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제(11일) 허 후보 측은 기존 번호에서 끝자리를 '9011'로 바꿔 한 차례 더 투표 독려 전화를 돌렸는데,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번호를 스팸 처리해 차단했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놀랐다"며 "스팸 전화를 받는 기분이었다"라고 불평했고, 일각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 나왔습니다.
또 투표권이 없는 초등학생들에게도 전화를 돌리고 코로나19 등으로 매일매일 1분 1초를 다투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업무용 전화기에도 전화가 걸려온 사실이 알려져 '민폐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제 트위터에 한 네티즌이 "허경영 씨, PR하시는 건 자유입니다만,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 전원 핫라인 업무용 콜폰에까지 전화를 주시면 내가 허 후보를 찍겠냐, 안 찍겠냐"며 "바빠 죽겠는 주말에 전화기 집어던질 뻔"이라며 피로함을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어느 주말 오후에 대략 1시간 동안 우리 중환자실 전화기 15대 중 10대가 허경영 전화로 울렸던 적도 있었다"면서 "바빠 죽겠는데 너무 짜증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투표권 없는 초등학교 1학년 손주도 받았다고 한다", "누군가의 생명이 달린 응급실에도 전화하는 건 좀 문제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가혁명당에 따르면 허 후보는 용역업체와 계약해 한 번에 5천만 건의 무작위성 전화를 거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허 후보 측은 의료센터 전화 문제에 관해서는 시스템상 개선이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이를 제외하고 전화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는 "용역업체에 의뢰해 불법 개인정보 수집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편 허 후보의 이같은 '전화 돌리기'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혹은 추천하는 내용이 아닌 단순히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
허 후보 측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전화를 돌리는 이유는 대선 TV토론회 참석을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 후보는 "지지율 5%를 넘기면 토론회에서 볼 수 있다"며 "방송 토론회에 불참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돼 이 같은 행태를 국민혁명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로 전화를 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