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 봐 기본소득 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토지에 보유세를 물려 마련한 재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 90%는 세금으로 내는 돈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이 더 많다는 것.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토지 보유세를 반대하면 손해라는 것. 그러므로 반대는 바보짓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징세는 강제로 집행된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징세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힘', 독일의 사회학자 믹스 베버 식으로 말하자면 '폭력'에 의존한다.
국가 폭력이 정당화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도덕적 정당성이다. 둘째는 결과 책임이다. 징세에는 이를 정당화할 도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는 그 징세로 우리 공동체에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나 낸 돈보다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도덕적 정당성과 관련이 없다. 그건 이득의 계산일 뿐이다. 이득의 계산만으로 '국가의 강제'를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하라는 건 국민 90%를 욕보이는 주장이다.
이미 부동산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매겨지고 있다. 본인의 실제 소득과 상관없이 부동산만 보유하고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거기에 토지 보유세를 더 물리는 게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할까. 부동산만 있고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려면 재산을 팔아야 한다. 사실상 강제로 자기 재산을 팔게 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 원칙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건 아닌가.
설사 그런 소지가 있다고 해도 국토 보유세 부과가 우리 공동체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숙고는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막아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정책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잇달아 실패했다. 부동산 보유자는 세금만큼 가격을 올려서 팔려고 한다. 양도세가 두려워 아예 팔려고 하지를 않는다. 수요는 여전한데 시장에 매물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격 상승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 방해가 된다. 토지 위에 집·공장·사무실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토지 확보에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 집과 공장 사무실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공동체에 손해다.
나는 이 지사가 개혁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좀 더 확장했으면 한다. 그는 지난 7월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효율적 정책이란 기존 정책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정책이다. 그런 걸 우리는 개혁이라고 부른다. 효율적 정책일수록 과거의 부당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혜택이 많이 줄어드니까, 저항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인지하고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정책 목표를 달성하면 세상이 좋게 바뀐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게 개혁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혁'의 의미를 혜택의 크고 작음, 다시 말해 이익의 관점으로만 좁게 해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어떤 정책으로 누군가의 혜택이 줄어든다면 그게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당장 더 많은 혜택을 본다고 해도, 그게 지속 가능하다는
[김인수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