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특혜'의혹을 둘러싼 특별검사제 도입을 놓고 설전만 거듭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조건부 특검 수용'을 언급했지만 특검 각론에 대해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서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힘은 12일 "민주당이 특검협상 회담 제안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지체없이 특검을 도입해 대선 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특검 수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윤호중 원내대표가 '특검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한 이상, 시간을 끌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가 관련된 대장동의혹과 윤석열 자당 후보가 관련된 고발사주의혹에 대한 동시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 결과를 일단 기다려보고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되,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송영길 대표는 12일 선대위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조건부 특검 수용론'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철저한 검찰 수사와 공수처 수사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취지"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검찰·공수처 수사에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역대 특검이 모두 그랬듯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특검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특검으로 갈 수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옳지 않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와 '대장동 초기자금 조달 관련 부실의혹 수사 포함'을 전제로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야당의 특검 요구를 "시간 끌기용"이라고 일축했던 이 후보가 뒤늦게 '조건부 특검'을 수용한 것은 국민과 야권의 거센 특검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이 진행 중인 대장동의혹 수사에 대해선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폰 회수 지연, 성남시장실 뒷북압수수색, 배임혐의 관련 윗선 선긋기 등 부실·편파수사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게 다수의 여론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5%가 대장동 특검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야권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비롯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모두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과 야권이 한목소리로 대장동 특검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투명하게 밝혀지길 바라고 있는 셈이다.
대장동 의혹이 선거 때까지 계속되면 여야 정쟁과 국가적 혼란은 커지고 국민들도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성역없는 수사를 위해 당장이라도 대장동 특검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면 야당 주장처럼,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의혹까지 묶어 동시특검을 실시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의혹 모두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여야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기 초반 국정 운영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두 의혹은 내년 3월9일 대선때 국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데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
대선후보 등록일(2월13일)이나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2월15일) 이전에 최대한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여야 합의로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가동하면 특검후보 추천과 대통령 임명, 준비기간과 수사 기간 등을 감안할 때 공식 선거운동 전에 수사를 끝낼 수 있다.
여당이 '조건부 특검 수용'을 자신에게 불리한 국면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시간만 끌수록 여론은 더욱 이 후보에게 불리해질 공산이 크다.
'조건부 수용'같은 국민 눈속임으로 소나기는 잠시 피할 수 있지만 거대한 태풍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이 후보가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다면 직접 특검 협상을 독려해야 한다.
이 후보가 결백을 인정받고 싶다면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피하지 않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도 '윤석열 후보 가족
미국 철학자 윌 듀랜트가 지적한대로, 권력을 향한 열망 앞에서 이성과 도덕마저 무력해지면 그것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지금은 이 후보도, 여당도 생즉사가 아닌 사즉생의 자세가 필요하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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