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
양강 대선 후보가 '외교 분야 발언'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냐고 지적했고, 윤 후보 측은 이 후보가 미국 상원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두고 반미 감정에 경악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목동 CBS에서 열린 2021 생명돌봄국민운동캠프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극복 등 여러 업적을 남겼지만, 그중에서 '공동선언'은 외교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그때만큼 한일관계가 좋았던 때가 없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또 윤 후보는 "1998년 두 정상이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한일관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거의 모든 원칙이 녹아들어 있다"며 "안타깝게도 같은 민주당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 한일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후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입힌 과거를 인정하고, '통절(痛切)한 반성과 사죄'를 한 것을 전제로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자는 선언"이라고 밝히며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사를 덮고 미래로 가자고 하신 것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에 대해 ‘과거를 똑바로 인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금의 일본은 과거 오부치 선언이 나올 때의 일본이 아니다"라며 "한참 우경화되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베 집권 이래로 스스로 '더 이상 사죄는 없다'는 일본 정부에게 과거사 문제 해결과 위안부 문제 사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역사적인 DJ 업적을 언급하다니"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과거를 묻지 말라는 일본이 웃고 있다"며 "오죽하면 일본 언론이 윤석열 후보를 두고 '(우경화된 일본을) 이웃으로 인정'했다고 반기겠냐"며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본 관련 발언은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고 보다 신중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
윤 후보 측이 지적한 이 후보의 외교 발언은 '가쓰라-태프트 협약'입니다. 이 후보는 이날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이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과정에 미국의 지원과 협력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도 "성과의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이 후보가 미국 상원 대표단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일 합병과 한반도 분단에 대해 미국 탓을 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며 "복잡한 국제정치적 원인이 작용해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터무니 없이 단순화한 반 지성적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허 대변인은 "반미 감정을 미국 상원 대표단에게 설교하듯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쓰라-태프트 협약 언급은 "심각한
아울러 "문재인 정권은 낭만적 대북관으로 미국 정가의 거부감을 샀는데, 이 후보의 운동권식 궤변은 더 큰 우려와 거부 반응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며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흔들리고 있는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비판도 내놨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