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일 튀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진영에 따라 해석이 천양지차다.
대선후보로서 아젠다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고, 현란한 말장난으로 시선을 분산시켜 아킬레스건이 된 대장동 사태에서 빠져나가려는 노골적인 꼼수라는 진단도 있다.
'음식점 총량제'부터 한번 보자. 핵심은 국가가 식당 허가제로 신규진입을 막아 식당 숫자를 일정수준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 발언인데 이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즉흥적으로 불쑥 한것일수 있다. 그런데 이런게 바로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나온 말이라면 더 큰 문제다. 먹고 살기위해 식당을 하고 가게를 열겠다는데 이를 막겠다는건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것이다. 반헌법적 발상이다.
나라가 직업을 배분하는 "공산주의 하자"는거냐는 비판이 나오는건 당연하다. 국가가 모든걸 통제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전체주의적 사고도 엿보인다.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라며 선량한 규제 운운했는데 억지다. 망하려고 시장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는 없다. 모두 다 성공을 꿈꾼다. 경쟁력이 없어 망하는 식당도 있고 대박이 나는 식당도 있는게 자본주의다. 이를 부정하는건 일반적인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는것이다.
그동안 입만 열면 기득권 타파를 외치던 것과도 정면배치된다. 신규 진입장벽을 쌓는건 기존 식당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지대추구를 용인하는 것이다. 신규진입이 봉쇄되면 기존 식당은 경쟁을 하지 않아도되니 혁신은 사라지고 서비스도 엉망이 될 것이다. 결국 손해는 소비자가 본다.
과당경쟁에 처한 자영업자가 그렇게 걱정되면 자영업에 나서지 않고도 먹고 살수 있는 일자리를 열심히 만들고,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게 정상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것을 악마화하고, 척결해야 할 불로소득으로 몰아세우는것도 왜곡된 사고다.
이후보는 대선후보 수락연설때 "부동산 불로소득울 완전히 뿌리 뽑겠다"고 했다. 이달들어 2일에도 "집과 땅이 투기 소득의 원천이 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며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고 일갈했다.
불로소득은 말 그대로 노동의 대가인 보수외에 근로를 하지 않고 벌어들인 돈이다. 주식·채권에 투자해 얻은 이자·배당·시세차익 등 자본소득, 부동산 임대료 등이 대표적인 불로소득이다.
여기서 묻고 싶은게 있다. 주식에 투자해 돈벼락을 맞는건 괜찮고, 부동산으로 돈 버는건 왜 안되나.
불로소득이 정의롭지 않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면 극단적으로 주식시장, 채권시장 다 없애고 부동산 임대·매매시장도 다 없애야 하는것 아닌가.
내재가치가 전혀 없어 돈 놓고 돈먹기 수준의 투전판이나 마찬가지인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돈도 명백한 불로소득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를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
지난 4월말 이후보는 "청년들이 주식과 비트코인에 열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노동을 해서 버는 돈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친절하게 갖다붙였다. 청년층의 가상화폐·주식투자를 옹호한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젠 젊은층이 반대하는 가상화폐 과세 연기도 찬성하고 있다.
청년표가 필요한 가상화폐 불로소득은 장려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은 척결해야 한다고 하는건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원칙과 이중잣대의 실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이 후보가 애지중지하는 기본소득이야 말로 불로소득의 끝판왕 아닌가. 기본소득이야 앉아만 있어도 통장에 돈이 꽂히지만 현장 방문 등 발품도 팔아야하고 정보 분석도 해야하는 등 노동이 들어가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적폐로 매도되는게 더 억울할듯 싶다.
여하튼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불로소득은 필연적이다. 이를 부정하는건 자본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사실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외치는 위정자들 대부분은 평생 먹을것다 벌어놓은 기득권층이다. 그런데 국민들한테 부동산으로 돈 벌지 말라고 훈계하듯한다. 사다리 걷어차기다. 불법이 있으면 엄하게 처벌하면 된다. 서민들이 부동산으로 자산 좀 축적하겠다는데 그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인가.
대선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툭 던진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은 금권선거 시비도 논란이지만 접근방식부터 잘못됐다.
이후보는 기재부가 반대하자 "관료와 정치인간의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과 근거에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정치인, 특히 힘 있는 대선후보가 결론을 내면 관료는 그냥 따라오라는것이다. 독재적이고 독단적인 사고다.
공짜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국민의 뜻이라고 하는데 이런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7월 5차 재난지원금을 놓고서도 야당이 반대하자 이후보는 "(더불어민주당)180석 얘기를 자주 하지 않나. 정말로 필요한 민생에 관한 것은 과감하게 날치기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이 뜻하는
이후보가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재명은 합니다'가 위험하고 두려운건 이때문이다.
표를 얻을수 있고 지지층을 결집시킬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뭐든 다 할까봐 걱정스럽다.
[박봉권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