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후보 [이충우 기자] |
김 전 부총리를 한마디로 압축한 말은 '소신'이다. 3번의 입각 이력마다 그는 정권의 잘못된 선택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차관 시절에는 18대 대선의 양당 복지공약을 분석하고 모두 엉터리라는 발표를 직접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일이 계기가 됐다. 장관·부총리 시절에는 각각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국정운영에 각을 세우다 사표를 던졌다.
무허가 판자집의 소년가장, 상고 출신으로 경제부총리에 오른 '흙수저 신화'까지 더해져 정치인으로서의 매력도 넘친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제3세력의 성공사례가 없어 '바위로 계란치기' 격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김 전 부총리의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단독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양당의 매력적 제안을 뿌리치고 제3지대를 고집한 배경을 설명하고, 자신의 전공분야인 경제정책에 대해 다양한 과제를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호 공약이 '친정' 관료조직을 겨냥한 개혁이다.
▷앞으로 정치·권력기관·재벌을 겨냥한 기득권 깨기 공약이 차례대로 발표될 예정이다. 첫째로 대장동 사건을 포함한 논란들을 보면서 공직사회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먼저 내세웠다. 기득권과 순혈주의를 깨야 한다. 둘째로 사기가 많이 떨어지고 무기력증을 느끼는 공직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공직을 '관리직'과 '전문직'으로 나눠, 관리직 정년은 폐지한다. 20% 미만인 관리직에 해당하는 중앙부처 국장 이상 정도의 고위직은 자기가 트랙을 정해 실력과 역량으로 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 80% 정도 해당하는 전문직은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페널티가 아니라 적성에 따라 안정적인 전문직이 되거나,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관리직이 될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력으로 승부하는 구조를 만들고 공무원들이 정파에 휘둘리지 않게 될 것이다. 7급 채용은 대폭 늘리고 9급의 일정부분은 사회적 약자에게 할당해 보다 다양하고 넓은 기회를 만들 것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재부 해체' 공약과 일맥상통이 있지 않나.
▷전혀 아니다. 이 후보의 임명직 집정관식 국가철폐는 기본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가를 좌지우지 해선 안 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선출된 권력이 먼저 개혁되야 한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이 제 역할을 못하고 기득권화 된 문제다. 5년 단임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단순다수 소선거제 개혁,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정당 개편과 같은 정치개혁들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선출된 권력 개혁이 자기 머리를 깎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의 힘으로 깎아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곧 관련해 공약을 발표하겠다.
↑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후보 [이충우 기자] |
▷지난 20년간 온갖 사회적 폐해를 양산하는 양당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거다. 사회변화나 역사변화를 위해 누군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민생과 맞닿아 있는 우리 사회 경제양극화도 정치양극화와 깊게 관련돼 있다. 승자독식 구조가 더 공고하게 만들었다. 서로가 원인과 결과가 되는 상호작용 관계다. 정치가 자기 지지층 결집 전략으로만 가다 보니 경제양극화가 더 심해진다. 전적으로 정치인 책임이다.
- 지금까지 3세력들 결과가 모두 좋지 않았다.
▷정치판을 바꾸려는 목적보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려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제3세력 10년 주기설이 있다. 2002년 정몽준, 2012년 안철수, 이번에 김동연이 될 수 있다. 앞선 두 분은 판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대통령 되는데 관심이 있었다. 기존 정치권을 욕하면서도 결국 양당을 따라 갔다. 5년 전 대비 유동층 유권자 숫자가 10%p 이상높은 상황이다. 마음 정한 못한 사람이 가장 많은 선거가 이번 대선이다. 11월에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확정되고 내가 어젠다 세팅을 본격적으로 하면 '판'을 바꿀 수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고향에서 150명 모아놓고 출마선언했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경제부총리까지 지내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실패하더라도 뒤의 누군가가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단 두드리려 한다.
- 문재인 정부도 '촛불정부' 앞세우며 유사한 개혁을 목표로 하지 않았나.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레토릭은 비슷할 수 있겠다. 알다시피 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큰 충돌 겪었는데 크게 5개 정책에서 큰 이견이 있었다. 우선 정권이 추진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부동산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나머지 하나는 내가 추진했던 혁신성장 정책을 발목 잡은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야할 방향이었는데 지금 국민 10명에게 물어보면 9명은 나쁜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 나쁜 정책이 됐다. 진보의 가치를 추구한다면서 오히려 진보의 가치를 해친 셈이다. 진보가치를 잘못 알았거나 어설프게 알았기 때문이다. 일머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 부동산정책은 어떤 부분에서 정부와 충돌했나.
▷ 가장 경계했던 것이 부동산정책의 이념화다. 공급확대를 주장했는데 나중에야 조금 받아들여졌지만 당시에는 전혀 안됐다. 이념화 탓에 투기를 억제하고 악의 세력을 찾는 데 치중했다. 부총리 임기가 끝난 뒤 부동산 가격이 더욱 급격히 상승했는데 이런 정책들이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 이재명 후보도 유사한 토지공개념 공약 하시는 걸로 안다.
▷전혀 틀린 접근법이다. 김동연의 공약은 불로소득과 초과이익 처리문제와 연관한 '시장친화형' 토지공개념이다. 예를 들면 공공부지나 그린벨트를 개발하면서 거기서 조성되는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그 토지에 집을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이다. 부동산에서 나오는 초과이익 환수는 중요한 문제다.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이다. 이재명 후보의 토지공개념 정책은 국토보유세를 부과해 세수를 기본소득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AI나 로봇 등으로 일이 줄어들 미래 대비를 위해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다. 보편적 복지나 재난지원금 성격으로 지급하자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다. 어떤 부동산대책, 조세정책도 시장과 소통하고 이해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다.
↑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후보 [이충우 기자] |
▷ (크게 웃으며) 재정에 대한 개념이 있으면 좋겠다.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은 그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른 기회를 모두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민에 100만원씩 지급하면 50조원인데, 이 돈으로 쓸 수 있는 성장동력 확충·경기 회복·인적자본 투자에 쓸 기회를 전부 포기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돈의 '기회비용'을 따지지 않고 내지르는 것은 무책임하고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일 수밖에 없다. 2008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재정은 신속·과감·충분이라는 세 원칙으로 투자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전국민 지급이 아니라 피해계층을 중심으로 두텁고 충분하게 지급해야 한다.
- 일자리 정부가 아니라 일거리 정부 만들겠다고 했다.
▷일자리정부는 지금 정부처럼 정부가 직접 공무원 숫자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거나 민간에 직접 보전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방향이 잘못됐다. 일자리는 시장과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철폐해서 기업이 비즈니스할 환경, 창업과 창직이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직접일자리 예산 32조 상당 부분을 구조조정해 창업과 창직 생태계 조성에 투자해야 한다. 나는 스타트업 10만개를 주장한다. 일자리 200만개가 나올 것이다. 10만개 창업 기업 중에 10%인 1만개가 3~5년 데스밸리를 넘어서 일반기업 되고 그 1만개 중 1000개가 중견기업이 된다. 이 1000개 중 10%인 100개가 유니콘이 되어 대한민국 경제역동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 이재명·윤석열·홍준표 한줄평가와 맞서는 김동연의 경쟁력은.
▷이재명 후보는 추진력·돌파력이 있어보이지만 지방자치단체 운영과 국가경영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장동, 가족관계 등 도덕성 문제도 국민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활 것이다. 윤 후보는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지만 본인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검찰에서 두 번이나 몇 기수를 뛰어넘어 승진했나. 수사기관의 장이 임기 전 뛰쳐나와 정치를 하는 것은 맞는 일인가. 사람에 충성 안 한다고 했지만 검찰조직에 충성했고 평생을 과거의 일 수사하는 데 바친 분인데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경영을 잘 할 수 있을까. 홍준표 후보는 수십 년 정치판에서 기득권화 된 분이다. 이제 김빠진 콜라는 아닐까. 막말 등 국가지도자로의 품격,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을까. 저도 부족한 점이 많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출신으로 국민과의 소통능력, 국정전반을 보며 늘 미래를 설계했던 비전, 34년 공직과 대학총장을 하며 쌓은 문제해결능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후보 [이충우 기자] |
▷7년 전 처음이었다. 전후 위기에 빠졌던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예를 들면서 내게 여러 가지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본격적인 정치권유는 3~4년 전이다. 한국 어디로 갈까, 글로벌 경제, 미래, 지도자 덕목 얘기하면서 여러 형태로 권유했다. 최근 창당 발표 날 나를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에 비유하셨다. 머스크가 전기차 말했을 때 대형 자동차 회사들 거들떠도 안 봤는데 지금은 다 따라한다 하셨다. 거대 정당들이 대형 자동차 회사처럼 새로운 물결을 따라올 수 있다고 비유하셨다.
-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창당발표 날 "오늘 보니 확실히 우리편"이라 말했다.
▷비슷한 말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도 다했다. 창준위 티타임에서 이준석 대표는 자기 뿐 아니라 최고위 몇 분에 사무총장까지 오셔서 우리만 결심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합당 의결 할 수 있다는 진담반 농담반 말도 했다. 그냥 덕담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지금의 자기들 후보의 불안정성을 반영한 말로 생각한다.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는 결심이다.
-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도 만나실건가.
▷마다할 이유는 없다. 나도 궁금하다. 안 대표가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지금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기득권 양당구조를 깨는 것에, 또 국가균형발전은 어떻게 생각할지 등에 관해서 말이다.
- 내년 지방선거에 후보도 낼 것인가.
▷당연하다. 다만 지금은 아직 창당준비위 단계다. 창당까지 어떻게 발전시킬지 골몰하고 있다. 차근차근 순서대로 준비하고 있다.
↑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후보 [이충우 기자] |
▷공직을 하면서 내 소신껏 했다.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다. 총리 제의도 거절했다. 부총리 사의를 표한 뒤 3개월 뒤 경질됐고 공직을 나와서는 아무 경제활동을 하지도 않았다. 고위공직자 도리라 생각해 모든 자리 마다하고 검소하게 살았다. 주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길 마다하고 왜 험난한 길,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느냐고 말린다. 지난 2년7개월 전국 다니면서 수많은 국민들 만나면서 IMF위기 보다 더 힘든 삶의 위기와 직면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가 더 걱정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가 중요하다. 책임있는 공직의 자리에 있으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았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극복을 했고 문재인 정부 초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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