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민간사업자가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용도 변경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대장동 개발특혜 사업과 비슷하다.
이에 따라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성남시와 경기도 부동산 개발사업을 전수조사해 비리와 부패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와 '백현동 개발사업'을 추진한 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PFV)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 민간개발사업자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1223가구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분양이익으로 3000억여원을 챙겼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15년 2월 지역으로 이전한 한국식품연구원과 수의계약을 거쳐 백현동 부지 11만2861㎡를 2187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대부분 토지(10만㎡) 용도는 자연녹지로, 이 업체는 당시 자연녹지 가격으로 감정평가 받은 가격에 토지를 구입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해당 토지는 1~3종 주거지를 뛰어넘어 돌연 준주거지로 4단계나 용도가 상향조정됐다.
이로 인해 용적률이 400%로 상향되면서 개발사업이 가능해졌고 감정가도 4869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더 의아한 것은 당시 성남시가 용도 변경을 허가하며 '임대아파트 건설'을 강조했는데도 실제 분양은 일반 분양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 요청으로 임대주택을 일반분양으로 바꿔달라는 공문을 대신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덕분에 해당 민간업체는 아파트 분양으로 1조264억원의 분양매출을 기록했고 총 분양 수익도 3000억원을 거뒀다.
지구단위계획 하에 진행된 이 사업은 성남시장이 구역지정 결정 및 고시권자인데 , 당시 성남시장도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이에 대해 이 지사측은 "백현동 부지는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을 독려했고 성남시는 정부에 협조해준 것"이라며 "한국식품연구원은 이전비용을 위해 용도변경 등을 추진해놓고도 성남시 요청에 응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선 대장동의 민관합동개발 방식이 아닌 민간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백현동 사업을 두고 "또 다른 특혜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성남시가 자연녹지였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준주거지로 상향 조정하고 일반 분양으로 전환해줬다"며 "이 지사의 묵인과 방조로 민간 사업자가 성남시 곳곳을 들쑤시며 공익을 가로채 사익을 극대화하며 배를 불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일각에선 "경기도에 대장동, 백현동 같은 사업이 수십 개 진행 중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13~2016년 진행된 창곡동 위례신도시 사업 또한 대장동팀 관련자들이 참여해 거액을 챙긴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언론은 6일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인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모씨가 대장동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3억원의 뇌물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5호 소유주(남욱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120억원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위례신도시 사업도 사실상 복마전으로 전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대장동 특혜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이 지사의 측근인 유동규 전 본부장이 민간업체인 화천대유등과 결탁해 특혜를 주는 대가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개발공사 등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다 백현동 개발이나 위례신도시 사업마저 숨겨진 '이권 카르텔'이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일 수 밖에 없다.
야당 주장처럼, 단군 이래 최대 토건 비리이자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이 될 공산이 크다.
이제라도 이같은 먹이사슬 부패구조를 총체적으로 설계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천문학적 규모의 수익금은 누가 챙겼는지, 어떤 목적으로 자금을 쓰려 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여야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래서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단호히 불식시켜야 한다.
이 지사 또한 교묘한 달변으로 사건을 눙치면서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해선 곤란하다.
이 지사는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느냐"고 했는데 본질을 한참 비껴간 발언이다.
한전 직원은 대통령이 직접 발탁하는 자리가 아닐 뿐 더러, 유동규 전 본부장은 사업 당시 "내 말이 곧 이재명 말"이라고 할 만큼 이 지사와 친분이 두터웠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이 지사가 마치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성인들은 무죄로 판명되기 전까지는 늘 유죄로 생각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제라도 검찰 수사와 국정감사를 자청해
강준만 교수가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치인의 도덕적 확신과 우월감이 하늘을 찌르면 일반적인 인간 감정에 무심해지면서 자칫 정치적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때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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