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먼저 해야 할 일은 편 가르기 없애기”
“국민을 위해 일하겠는가? 정권을 위해 일하겠는가?”
“내 편, 네 편 정치가들이 자꾸 조장”
“부끄러울 정도의 인신공격, 후진국가나 하는 일”
“윤 전 총장, 초기에 실수 많이 있을 것”
“여권 후보, 개선할 건 개선하고 바꿀 건 바꿔야”
“공산정권 마음 바꿀 것이라는 기대 버려야”
“보람 있는 인생 살려면 사랑이 있는 고생해야”
“언제까지 사는 게 좋은가?
일할 수 있고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대한민국이 내 고향”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1년 9월 19일 (일요일) 오전 10시
■ 진 행 : 정운갑 앵커(논설실장)
■ 출연자 : 김형석 교수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일제 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과 치열한 민주화 과정까지
지난 100년의 대한민국의 역사, 그 자체인 분이죠.
북녘이 고향인 102세 김형석 교수는 추석에 대한 그리움이 어떨까요?
교수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김형석>고맙습니다.
정운갑>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대선으로 분주합니다. 차기 대선을 위한 각 당의 경선도 한창인데요. 여·야 각 주자들의 움직임, 어떻게 보고 계세요.
김형석>대선 주자들 본인들보다, 그분들을 내세운 정당, 또 배후 세력, 그분들을 보는데 상당히 국민들이 걱정하는 건 주자들이 운동 게임을 하잖아요. 그러면 룰은 지켜라, 그리고 선수다운 그 자존심을 잃지 말아라. 그리고 질 때는 깨끗이 질 줄 알고, 이길 때는 교만해지지 않고, 국제 경기에 가면 운동선수들 다 그거 알잖아요. 근데 배후 정당 사람들이 그 룰을 자꾸 무너뜨리는 것 같아요. 그 발언들이 너무 이제 심해요.
정운갑>경선을 치르다 보면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만 지나친 인신공격 등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립니다.
정치권의 ‘이전투구’ 참 변하질 않습니다. 왜 이렇게 바뀌지 않는 건지요?
김형석>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예를 들어 말하면 지금 대통령을 뽑잖아요. 그런데 이제 대통령이 될 때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다 얘기를 하죠. 그럼 그 사람이 이제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어떻게 사는가.
그러니까 지금 우리 국민들이 이제 후보들이 나와서 한 얘기를 쭉 들어보면, 지금은 다 좋은 얘기 하지만은 저분이 이다음에 대통령이 되게 되면 꼭 먼저 국민 위해서, 그다음에 정권 위해서, 그다음에 나 위해서, 이게 확실히 해야겠는데. 얼마 지나게 되면 내 인기 얻기 위해서, 내가 국민들한테 박수받기 위해서, 이런 방향으로 간다든지. 또 지지도가 얼마나 올라갔느냐, 그것만 관심 가지고 나를 위해서 한다든지, 내 선거 활동해줬으니까 한자리 줘야지, 전문가들은 다 두고 우리 정권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을 써야지 하는데. 꼭 우리가 묻고 싶은 건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 초부터 끝날 때까지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냐, 정권을 위해서 일하겠느냐.
정운갑>후보와 캠프는 물론 유권자들 간의 논쟁도 진영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편은 좀 잘못해도 되고, 남의 편은 작은 잘못도 크게 부풀려지기도 합 니다. 이분법적 사고의 틀. 이것도 우리가 극복해가야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요?
김형석>그런데 지금 우리가 먼저 선입관념이 네 편이나 내 편이냐, 갈라놓고 보면 정의와 진실은 다 우리에게 있고, 너희가 하는 것은 거짓과 불의밖에 없다, 이건 국민을 그다음에 갈라놓죠. 그래서 지금 가만 생각하면 이상하다, 국민들은 그걸 벗어나려고 자꾸 노력하는데, 정치가들이 자꾸 그걸 조장하지 않나.
영어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 미국이나 이제 영국이나 캐나다나 이제 이런 그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그런 나라들은 경험주의 사회를 살았기 때문에 제일 흑백 논리가 없어요. 그쪽 사람들하고 이렇게 얘기를 해보면요. 흑백 논리가 없어요. 예를 들어 말하자면 독일이나 불란서 사람들이 국회 같은 데 모이게 되면 영국, 미국 사람들은 대화를 해서 풀어나가고, 그 사람들 토론회에서 이기게 되면 따라가고.
지금 우리가 너무 흑백논리에서부터 그런 전통을 다 이어받고 있기 때문에 나는 뭐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정권이 새로워지게 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편 가르기 없어야 돼요.
정운갑>많은 세월, 여러 경험을 갖고 계신데요. 차기 지도자에게 어떤 주문을 하고 싶으세요.
김형석>첫째로 할 얘긴, 당신이 만약에 대통령이 된다고 하면, 국가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하지, 정권 위하는 일은 후배들한테 맡겨라. 당신이 그렇게 해라. 그러면 할 일이 뭐냐, 쉽게 말하면 우리 정권은 내가 대통령이 돼 있는 동안은 모든 생각이 국민을 위해서 할 테니까 국민 여러분은 함께 일합시다.
그다음 미안하지만은, 상식이 있는 사람과 젊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울 정도의 인신공격. 가족까지 집어 끌어내는 거. 물론 불의가 있으면 이건 평상시에는 해야 되죠. 이걸 과거에 내버려 뒀다가 지금이니까 이제 끌어내고 하는 거. 그건 아주 후진 국가, 신생 국가나 하는 일이니까. 그것만은 제발 좀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이죠.
정운갑>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를 결심하기 전에 교수님을 찾아왔었잖아요, 지금은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대선 주자로서 기대만큼 하고 계세요? 아니면 추가로 주문할 사항이 있으세요?
김형석>단지 그분에게 개인적으로, 다른 분들 다 마찬가지지만 개인적으로 원하는 게 있으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내가 지켜야겠다, 하는 그 생각은 누구보다도 강하게 가지고 있으니까 그 의지는 그대로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정치 경험이 너무 없으니까, 초창기에 아마 국민들한테 좀 불만, 실수가 많이 있을 거다.
그런데 여권 후보는 내가 싫어서가 아니고,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을 그대로 이끌어가겠다고 하는 편하고, 좀 더 새로워져야겠다고 하는 걸 지금 가고 있거든요. 근데 그분이 거기서 나보고 물어본다고 하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정책을 그대로 하겠다고 하지 말고, 개선할 거 개선하고, 개선하는 게 다른 게 아니고 정치 방향을 바꿀 건 바꾸고, 인사 행정. 제일 지금 좋지 않은 게 나 지지한 사람, 내 사람, 나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하고 일하겠다, 하면 실패한다. 생각이 좀 달라야죠.
정운갑>교수님은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냈고, 1947년이죠. 말 그대로 1세대 탈북민이신데요. 통일 남북문제가 우리에겐 늘 중요한 과제입니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김형석>그건 내가 말씀드리기 전에 하나 해야겠는 게 이건 내 생각이지, 다른 사람들 다 그렇게 생각해 달라 하는 건 아니고.
이제 몇 가지가 있는데 공산정권은 절대로 나 잘못했다, 우리가 잘못했다, 그 말이 없습니다. 그건 절대 없습니다. 그러니까 생리적으로 알아야지. 그건 자기네가 비판해서 정권 싸움하다가 바뀌긴 하지만 절대 없고요. 근데 우리 이제 통일 때문에 그래도 믿어야 하지 않냐 하면 이건 뭐 할 수 없고요. 그래도 안 될 건 안 되는 거고, 될 건 될 거고.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제 너무 양보하고 이제 될 것 같이 생각하는데, 되도록 만드는 건 해야 되지만은, 그들이 마음을 바꿀 것이다, 하는 건 지금까지는 기대할 필요가 없죠.
정운갑>100년의 세월을 사시면서요. 교수님께도 여러 어려운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자영업자라든가 젊은이 등 많은 이들이 고충을 겪고 있거든요.
살면서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은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김형석>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 높은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각오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올 것이다, 하는 걸 각오한 사람에게는 이 어려움이 안 되고. 내가 고생 없이 편안히 살겠다, 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움이 오는 것 같아요.
이 나이가 돼서 하나 확실하게 알게 된 게 사랑이 있는 고생이 없었으면 의미 없는 고생인데. 내가 사랑했기 때문에, 제자들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뭐 참 외람되지만 민족과 국가도 내가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행복의 전부였다. 그거 없었으면 내가 내 인생이 행복할 게 없었다. 지금 느껴요.
그래서 아까 우리 여기 들어오면서 고향 얘기했는데,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교포들을 보게 되면 당신 고향이 어디냐, 그러면 서울이다, 부산이다, 하는 사람이 없고요. 대한민국이 내 고향이라 그런다고요. 난 우리 모두가 국내에 살아도 대한민국을 아름다운 고향으로 만들어서 주변 어떤 나라보다도 행복하고 모두 보람 있는 인생을 살게 되려고 하면 나는 사랑이 있는 고생을 해야 한다고 해요.
정운갑>앞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 한 가지를 꼽는다면 어떤 건지요?
김형석>그건 내가 쉽게 말하면 사람은 언제까지 사는 게 좋냐, 하는 문제를 생각하거든요. 그때 일할 수 있고, 작은 도움이라도 옆 사람들한테 나눠줄 수 있을 때까지 살자. 일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도 주지도 못할 바에는 할 수 없지만 해도 사는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허락되는 동안 얼마 더 연장하고 싶다, 그 생각이 듭니다.
정운갑>김형석 교수가 100년을 살아 보니,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 그리고 이기주의자입니다.
물질적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행복한 한가위가 됐으면 합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형석>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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