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는 8백여 쪽 분량의 미국 정부 비밀문서가 오늘(16일) 공개됐습니다.
미국이 전두환 세력을 몰아내려는 이른바 '역쿠데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혼란을 피하기 위해 반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조창훈 기자입니다.
【 기자 】
미국이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을 몰아내기 위한 군내 '역쿠데타'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교부가 공개한 미국 정부 비밀문서에 따르면 이같은 정보는 '이범준 장군'이라는 인물이 처음 전달한 것으로보입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백악관에 보낸 전문에서 "12·12 사태 주모자들의 정부 장악 시도에 반대한다"면서도 "사태를 되돌리려는 군내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전두환 측과 반대 세력 모두에 강하게 경고한 사실을 최규하 대통령에게 공유하게끔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이 신군부 세력에 부정적이면서도, 현상 유지를 위해 반전두환 세력의 움직임을 사실상 차단한 건데, 역쿠데타 정황이 문서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882쪽 분량의 비밀문서에는 "1980년 5월 서울에서 심각한 충돌이 예상되며, 전두환이 이미 2~3개 공수여단을 서울 근처로 이동시켰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공수부대 이동의 실질적 명령권자로 전두환을 지목한 건, 미국이 사실상 전두환의 군부 장악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에 공개됩니다.
MBN뉴스 조창훈입니다. [ chang@mbn.co.kr ]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