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대처하는지에 우리 운명 달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의견 개진해야"
"각 캠프 공약 분석하고 평가 밝힐 계획"
↑ (왼쪽부터)권경애·금태섭·진중권 |
권경애·금태섭·진중권이 선거 이후를 생각하는 모임, '선후 포럼(SF포럼)'을 만들고 각 대선후보의 공약 검증과 후보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6일 세 명은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골자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현재 세간에 거론되는 인물들 중 누가 당선되든지 과연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는 문제의식입니다.
한 젊은 정치평론가 A 씨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습니다. A 씨는 여권과 야권에서 후보가 될 인물을 각각 예측하면서 "본선은 막상막하의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만약 000이 승리해서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민주당은 지금까지와 같이 편 가르기 정치를 계속 하다가 폭망할 겁니다. 반면에 XXX가 당선되면, 변화하지 못하고 과거에 안주하고 있는 보수 세력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다시 한 번 말아먹고 역시 망할 겁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여야 양측 모두 '승자의 저주'에 걸려있다는 것입니다.
여권에 대해서는 "'이번 대선은 한일전이다'라는 구태의연한 구호를 들고 편 가르기에 나선다"고 비판했습니다. 야권도 "'과거 정권 때로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인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대선이 갖는 중요한 의미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대한민국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며 "미중 갈등의 격화, 양극화와 사회 내부 갈등, 기후위기 등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요소와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무너진 시스템과 '공정'을 다시 세우는 일, 맹목적인 능력주의를 넘어서는 일도 시급하다"면서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우리 모두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팔짱을 끼고 멀리서 바라보는 냉소주의지 치열한 다툼이 아니다"라며 실천적 행동 계획을 밝혔습니다. 포럼의 목표를 "각 캠프가 진짜 중요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견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선거에 임박해서는 그런 작업을 통해 확인된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밝힐 계획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래는 SF포럼 발족 게재문 전문입니다.
<권경애, 금태섭, 진중권이 함께 드리는 글 - 선거 이후를 생각하는 모임 “선후 포럼(SF포럼)”을 만들었습니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권이 연장될 것이냐 혹은 교체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가 부딪힌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그 해결을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속 시원한 얘기를 듣기는 어렵습니다.
얼마 전 젊은 정치평론가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여권에서는 000이, 야권에서는 XXX가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선은 막상막하의 박빙 승부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000이 승리해서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민주당은 지금까지와 같이 편 가르기 정치를 계속 하다가 폭망할 겁니다. 반면에 XXX가 당선되면, 변화하지 못하고 과거에 안주하고 있는 보수 세력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다시 한 번 말아먹고 역시 망할 겁니다.”
양측 모두 ‘승자의 저주’에 걸려있다는 이 얘기에 반박하기란 무척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만나본 많은 분들이 같은 걱정을 하면서 한숨을 쉽니다. 여권은 또다시 “이번 대선은 한일전이다!”라는 구태의연한 구호를 들고 편 가르기에 나섭니다. 반대로 야권을 바라보면, “과거 정권 때로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인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그렇다고 관심을 접고 무책임하게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대한민국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미중 갈등의 격화, 양극화와 사회 내부 갈등, 기후위기 등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요소와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너진 시스템과 ‘공정’을 다시 세우는 일, 맹목적인 능력주의를 넘어서는 일도 시급합니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우리 모두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변화’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가 바뀌고 경제 시스템이 바뀌고 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정치의 변화가 선행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변화의 촉진자입니다. 대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드는 이 시점까지 시민들이 변화의 조짐을 느끼지 못하고, ‘어느 쪽이 되든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고 잘 안 풀릴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심각한 위험 신호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개진한다면 각 진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회피하거나 덮고 가려는 부분을 드러내고 대책을 물으면 후보들도 해답을 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언론은 대체로 선거의 승패에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누가 이기든 예전과 똑같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를 전진시키고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변화야말로 유권자인 우리가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입니다.
고민 끝에 모임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가깝게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문제들, 멀리는 그 전 정부 때부터 우리 정치에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꼽아보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정치, 외교, 경제,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서 각 캠프의 공약을 분석하는 작업도 해보려고 합니다. 저희의 목표는 각 캠프가 진짜 중요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견인하는 것입니다. 선거에 임박해서는 그런 작업을 통해 확인된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밝힐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함께 토론하고 같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 “선후 포럼(SF포럼)” 권경애, 금태섭, 진중권 드림 -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