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틀어라”…이준석, 100분 토론 불참 공식 사과

노조 측 “시청자 모독”
이준석 “언론법 처리됐다면 토론 자체가 희화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중재법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던 MBC ‘백분토론’ 방송에 불참한 가운데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혜량 바란다”고 사과했습니다.

이 대표는 31일 SNS를 통해 ‘MBC 노조의 사과 요구에 답하고자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30일 이 대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후 10시 30분부터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백분토론에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에 따르면 생방송을 40여 분 앞둔 시점에서 돌연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MBC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 대표는 전날 오후 9시 50분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제작진에 최종 통보했다”며 “‘그럼 MBC는 뭘 내보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동물의 왕국’이라고 답하며 토론을 기다렸을 시청자들을 대놓고 무시하고 모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거대 공당의 대표가 수백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시청자와의 약속인 생방송 TV토론을 여당 압박을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토론회 당일 오후 3시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 TV토론 참석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노조 측은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MBC 노조 측의 반발에 이 대표는 “어제 ‘백분토론’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저는 당연히 강행처리에 저항하는 우리 당 의원님들의 무제한 토론보다 백분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생방송 40분 전 불참 소식을 전했다는 노조 측 지적에 대해 “40분 전 불참 통보를 한 것이 아닐뿐더러 주기적으로 연락한 100분 토론 제작진에게 ‘오늘 국회 상황상 참석이 어렵다’ 는 답변을 계속했다”면서 “마지막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토론 준비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애초에 백분토론 제작진에서 송영길 대표와 저를 초대한 것은 입법 전에 국민들에게 양당의 입장을 상세히 알리고 국민의 판단을 돕자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공언했던 대로 어제 처리를 진행했다면 백분토론 자체가 희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토론하자고 해놓고 그 진행 중에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도 않고 민주당은 명백히 토론 진행 중에 강행처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며 민주당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제가 방송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방송사의 많은 분께 불편을 끼쳐가면서까지 방송 참석을 거절한 것은 처음”이라며 “토론 불참에 대해 사과드리고 언론재갈법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MBC노조의 노력을 우리 당은 적극 응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