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중도'는 어떤 사람들일까. 일단 민주당과 국민의힘 강경세력과는 거리를 둔 사람들일 것이다. 민주당의 강경 세력은 시장경제와 거리가 먼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고 독선과 독주의 행태를 보였다. 이른바 중도에 속한 이들은 이런 행태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자니 이 또한 부담스럽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의 강경 세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혐오 발언을 내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칠 때면 그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중도는 보수와 진보의 강경세력이 서로를 부정하는 발언을 할 때면 고개를 젓는다. 상대의 부정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중도라고 하면 친시장적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노력한 역사를 인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생각의 공존을 인정하는 다원주의 성향도 강하다. 이런 측면에서 그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을 인정하면서도 그들과 거리를 두고자 한다. 민주주의에 역행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 역시 직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중도라고 밝힌 한 정치 평론가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양대 축에 충실하면서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금 한국 사회의 중도"라고 했다.
만약 이 주장이 맞는다면, 지금 한국 사회의 중도는 무척이나 좌절스러울 게 분명하다. 여야의 유력 주자 모두 중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중도의 눈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포퓰리즘 성향이 짙다.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용돈 수준의 기본소득에만 연 55조 원 이상의 돈이 든다. 기본주택 100만 가구 공급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중도는 이 지사의 그간의 행태에서 독선과 독주의 신호 역시 발견한다.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중도의 기대는 실망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대선이 6개월 남짓 남았을 뿐인데 그는 여전히 자신의 콘텐츠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의 출마 선언문은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반대다'라고만 말하고 있을 뿐이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그의 언행에서 정치와 역사에 대한 그의 인식과 철학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그가 선택하는 언어와 몸짓을 감안하건대 그는 보수로 다가서고자 하는 거 같다. 중도는 불안하다.
일부 중도는 한국에서 프랑스 마크롱식의 정계 개편이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을 걸기도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친시장적 좌파와 국제주의적 우파를 결합해 집권했다. 프랑스의 친시장적 좌파는 대체로 고학력자이며 능력주의를 인정하는 성향을 보인다. 국제주의적 우파는 민족주의를 배격한다. 난민 수용을
[김인수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