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폭주는 문재인 정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과학을 외면한 개인의 잘못된 신념과 이념과잉·진영논리의 결과물인 탓이다. 때문에 현실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압도적인 다수의 국민들도 원치 않는다. 되레 원전을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숫자가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결국 차기정권에서 탈원전 헛발질 정책은 최우선적으로 폐기될 게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여전히 종교적 신념처럼 탈원전 오기를 꺽지 않고 있다. 원전을 거의 다 없애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려 2050년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탄소중립위원회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만 봐도 그렇다.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원전없이 탄소중립을 하기위해 태양광·풍력 발전을 현수준보다 76배나 늘리겠다고 한다. 매일 패널을 뒤덮는 새똥 치우기도 힘든데다 전력효율도 원전과 비교할수도 없는 태양광 패널로 전국을 덮겠다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혹세무민이지만 어차피 40년뒤 일이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나 싶다. 무책임한 행태다.
원전 없이도 전기가 남아돈다는 궤변을 서슴지 않았지만 올 여름 전력수요가 급증해 전력부족 사태가 현실이 되니 결국 원전에 손을 벌렸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주구장창 세워놨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한꺼번에 재가동했다. 그 덕분에 블랙아웃(대정전) 위기를 넘길수 있었다.
이처럼 문제투성이인 이정권의 탈원전 무리수를 극적으로 보여준게 월성 1호기 조기폐쇄다. 멀쩡한 원전을 합법적으로 폐쇄하지 못할 것 같으니 원전을 돌리면 돌릴수록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국가권력이 수치를 조작했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다.
이후 검찰 수사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업무를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지난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저녁 11시 야심한 시각에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2시간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했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공문서를 삭제한 건 국기문란 행위다.
왜 자료를 삭제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관련 공무원은 "신내림을 받은것 같다"고 했다. 살아있는 권력이 뒷배를 봐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이런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공무원 말대로 신내림을 받았다면 살아있는 권력이 선무당 역할을 한 셈이다. 그리고 선무당이 시키는대로 했을뿐인데 관련 공무원중 2명은 구속됐다가 118일만인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구속됐다 풀려난 이들 2명을 포함한 관련혐의자 3명은 법의 엄정한 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일을 했다가 쇠고랑을 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국가권력이 이들을 사지로 밀어넣었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모든 사달은 "월성 1호기 언제 폐쇄되느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3명의 공무원이 감방에 가게됐으니 일을 시킨 권력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혹시라도 이들이 진실을 말하면 권력 핵심부까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그야말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자부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검찰이 산자부를 압수수색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25일 당시 정세균 총리가 산자부를 찾아 "공무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적극 행정에 임해 달라"며 적극행정상 포상을 했다. 불법행위를 적극 행정으로 포장해 격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원전관련 부서를 방문해 "아주 힘든일 처리해서 고생 많이했다"고 했다. 불법이라도 살아있는 권력이 시켜서 한 일이라면 문제될게 없다는 식으로 감싼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법위에 놓은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술 더 떠 대통령은 '에너지 전담 차관 신설'을 약속했는데 실제로 9개월만인 지난 3일 에너지 차관 자리 신설이 확정돼 신임 차관 임명까지 이뤄졌다.
산자부는 차관만 3명을 거느린 공룡부처가 됐고 에너지 차관 신설로 조직이 커지면서 인사적체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경제성 조작건으로 3명의 산자부 공무원이 법적 심판대에 오른데 대한 불만을 무마하고 달래기위한 보은성 인사 논란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의 잘못을 덮으려는 대가성 있는 뇌물 혹은 국가권력의 권력남용으로 비춰질수도 있다. 김경수가 드루킹측에 센다이 영사직을 제안하고, 송철호 울산시장측이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쟁자에게 경선포기를 대가로 자리를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많이 닮아있다는 지적이다.
탈원전 범법행위에 대해 권력이 보상까지 해준것으로 해석될수도 있다. 국가권력의 이해에 맞는 사안이라면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조장하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에너지차관 신설은 여러모로 고약하다.
지난달말 검찰은 "정책 집행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의 부당한 권력 행사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고, 채희봉 전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백운규 전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기소했다.
이정권 사람이었던 윤석열과 최재형이 문정부에 등을 돌린것도 발단은 월성 1호기다. 조기 폐쇄 불법성을 수사하다가, 그리고 정상적인 업무인 감사를 철저
대통령 공약이더라도 불법을 저질렀으면 불법이고 처벌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불법을 권력으로 비호하고 면죄부를 주는건 국민 무서운줄 모르는것이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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