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불리기 '구태정치' 우려도 "정책 없어"
야권 차기 대선 지지율 선두권 그룹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한 국민의힘 내부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초보' 정치 경력부터 당내 세 불리기에 대해 지적을 쏟아냄으로써 존재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구설수의 시작은 윤 전 총장이 열었습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나선 그는 잇단 말실수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정식품, 페미니즘 관련 발언으로 여권의 질타를 받았던 그는 후쿠시마 방사능 발언과 '쩍벌' 논란까지 터지자 야권에서도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최 전 원장은 그제(4일) 출마 선언식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아직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충분히 준비된 답변이 없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라고 말해 '준비 안 된 후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야권 지지율 2위를 달리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두 사람을 향해 "차분하게 사안을 연구하고 공부를 한 후 메시지를 내라"며 "준비가 안 됐다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서 준비된 후에 다시 나와야 한다. 대통령은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중차대한 자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대선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 되는 사람은 구름 위에서 정치만 하고 정책은 장관 잘 뽑고 청와대 수석 잘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라며 "공정이나 헌법 정신 등 애매한 구름 잡는 소리만 하면서 그게 정치라고 생각하고, 정책은 한 급 낮은 것 같이 얘기하는 후보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지사직을 내려놓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초등학교 선거도 공약 검증, 자질 검증을 하는 세상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출마 선언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엄청난 무례"라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높은 지지율을 받지만 대통령을 어떤 것으로 이해하고 정치 선언하고 입당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에는 왜 들어왔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후보 간담회에 불참하는 행보를 보이자 두 사람이 당에서 원팀을 이뤄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탤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두 사람의 캠프에 합류한 의원들은 뭐를 보고 간 건지"라며 "그렇게 정책비전 준비 안 돼 있다고 하는 상황에서 줄 서는 걸 정치적 자산으로 생각하려는 건 양쪽 다 구태적인 정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후보들의 당을 개무시한다"라고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환영한다고 반긴 이들을 '파리떼'에 비유하면서 "과거 보수 우파의 패거리 정치와 다름없는 파리떼들이 우리 당을 망칠 수 있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홍준표 의원까지 묶어 "새로 오신 두 분과 복당을 요청하던 분까지 당의 공식 레이스가 시작되는데도 밖으로 돌고 있다"며 "각자 개인플레이 할 거면 왜 입당한 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의 내부 견제가 이어지자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1위 후보를 향한 경쟁자들의 정치적 공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선이 본격화하면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보겠다"라고 태연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 전 원장도 '준비 부족' 지적에 "잘 모르고 있는 것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잘 알 수는 없다. 제 부족한 점은 채워나가려고 하니 지켜봐 달라"라고 일축했습니다.
한편,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 52시간 근무, 탈원전 등에 비판을 이어가며 '반문' 노선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최 전 원장은 존경하는 인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꼽으며 '보수' 이미지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