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과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자들이 저출생 문제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저출생 문제에 대한 답변을 하며 페미니즘을 언급한 이후 정치권의 맹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윤 전 총장을 비판하며 페미니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페미니즘' 발언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저출생 문제에 대해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도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이 너무 안돼서 생기는 문제"라고 발언했습니다.
현장에서 '페미니즘과 저출생 문제를 연결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윤 전 총장은 "페미니즘이 좋은 뜻에서 쓰이면 되는데, 정치인들 입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쓰이면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것보다 갈등을 유발하는 면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미니즘을 집권 연장에 갖다 붙이는 우스운 궤변"이라고 지적했고 이재명 캠프의 전용기 대변인은 "이준석도 버릴 망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성 전체를 적으로 돌려버리는 발언"이라며 비판에 가세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제(4일) 오후 늦게 윤 전 총장을 저격하고 나섰습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저출생 문제? 성평등 수준을 높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저출생의 원인으로 페미니즘을 지목한 국민의 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현실 진단과 인식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 지사의 주장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여성과 청년의 현실에 대한 완벽한 무지를 또 드러냈다"는 겁니다.
이어 이 지사는 "저출생 정책에서도 '성평등'은 중요한 가치로 꼽힌다"며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일을 포기하지 않을 성평등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출생률이 최저점인 이유는 여성의 성평등 의식이 높아서가 아니"라며 "사회 전반의 성평등 수준이 뒷받침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지사는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은 노동 시장 내의 성차별 완화, 가족 내 성평등 수준 향상, 출산 양육에 대한 지원
또 "그것이 기본 소양이자 최소한의 예의"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