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직 활용" vs "내로남불"…사퇴 두고 원희룡-이재명 설전

'대권 도전' 여야 지사들, 사퇴 두고 신경전
원희룡 "사퇴는 양심이자 공직 윤리"
이재명 "홍준표·남경필 등 모두 유지"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사직 사퇴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제(1일) 지사직을 사퇴한 원 전 지사는 "지사직 사퇴가 양심이자 공직 윤리"라고 지적했으며 이 지사는 과거 홍준표·남경필의 사례를 들어 "내로남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원희룡 "이낙연에 쫓기자 만회하려는 선거운동"

오늘(2일) 원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염치없는 이재명, 기본 양심부터 검증받는 게 순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습니다.

원 전 지사는 "도지사 역할을 형식적으로 할 수도 없고 도지사직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며 "제주도민께는 죄송하지만 깨끗하게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덜도 더도 아닌 나의 양심이자 공직 윤리"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아직 경기지사직을 유지하는 이 지사를 겨냥해 "이 지사는 도지사와 선거운동이 양립 가능하다고 믿는 모양"이라며 "그리 믿는다면 그것은 이 지사의 정치적 판단이나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원 전 지사는 최근 이 지사가 코로나19 방역 적발을 위해 심야에 공직자와 언론을 동원해 시찰을 나간 것과 관련해서도 "코로나 방역이라는 도지사 역할인가요, 이낙연 후보에게 쫓기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선거운동인가요?"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도 언급하며 "지금 국민은 이 지사와 모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진실 공방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고발하여 명백히 진실을 가리는 게 당당한 자세"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 정책도 좋지만 기본 품격, 기본 양심을 국민에게 먼저 검증받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측 "국민의힘, 전신부터 모두 지사직 유지"

앞서 어제(1일) 이재명 선거 캠프의 남영희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정당과 원 전 지사의 내로남불, 원로남불이 하늘을 찌른다"라고 일갈했습니다.

남 대변인은 "원 전 지사는 공직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 도백들의 역사를 잊어서도 안 된다"며 국민의힘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부터 대선에 출마한 보수 정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모두 지사직을 유지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남 대변인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재임 시절 대통령 선거 경선 참여를 준비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중도 사퇴 없이 경선 참여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았다"며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자유한국당 19대 대선 후보 확정에도 불구하고 지사직 사퇴를 연기해 결국 지방선거 실시 전까지 권한 대행 체제를 맞았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1997년 15대 대선 경선에 참가해 낙선했고, 그해 9월 13일 신한국당을 탈당해 18일 지사에서 사퇴했다"며 "국민의힘 전신인 이인제 전 지사부터 새누리당 김문수 전 지사,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남경필 전 지사까지 경선 레이스 동안 지사직을 유지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들이 원 전 지사를 보며 권력을 향한 결기에 박수를 보낼지, 보궐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 도정 공백은 아랑곳하지 않는 깃털같이 가벼운 책임감에 비난의 화살을 난사할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역 지자체장도 당내 경선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선 후보로 입후보하려면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에 직을 사퇴해야 합니다.

차기 대선은 내년 3월 9일에 실시되기에 이 지사는 유권해석상 12월 9일까지만 직을 사퇴하면 됩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