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자랑했던 북한도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비상방역 태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코로나 방역 정책,<세상돋보기>에서 들여다봅니다.
정치부 조경진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1 】
조 기자, 북한 백신 상황은 어떤가요?
【 기자1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파악한 바로는, 북한은 지금 국제사업 코백스를 통해 도입하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인데요.
같은 이유로 중국산 백신 도입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 백신은 원하고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유상 지원을, 북한은 무상으로 달라는 입장이어서 아직까지 북한에 백신이 도입되지는 못했습니다.
북한은 또, 백신 지원을 북한 인권 문제와 연결시키지 말라면서 불만을 표하고 있는데, 백신 앞에서도 자존심을 앞장세우고 있습니다.
【 질문2 】
백신이 없다 보니 봉쇄 수준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면서요?
비둘기 한 마리에 3개 군을 봉쇄했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 기자2 】
지난달 초에 북중 접경지역의 한 마을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발견됐는데, 특이하게 비둘기 다리에 장식이 묶여 있었다고 해요.
이 소식에 즉각 그곳을 포함한 주변 3개 군을 봉쇄했다는 첩보가 있었습니다.
비둘기 다리 장식이 중국에서 동원됐던 비둘기로 확인됐기 때문인데요.
비둘기를 만진 사람의 생사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일대를 철저하게 고립시켜 버렸다는 게 정보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코로나 이전에는 그런 상황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은 방역에 공포감을 가진 것 같고요. 해상이나 공중으로도 바이러스가 전파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고, 물고기나 조류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 질문3 】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약으로 버틴다는 말까지 나오는 건가요?
【 기자3 】
북한은 한약을 '고려약'이라고 부릅니다.
어제(13일) 노동신문을 보면 "고려약 생산을 늘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지금이야말로 고려약 생산 부문의 전체 일꾼들이 약품의 효능을 높이고 가짓수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신도 없고 봉쇄 말고는 방역 대안이 없는 북한에서, 일단 고려약으로 코로나19를 버텨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질문3-1 】
조 기자! 그런데 한약은 꽤 비싸지 않나요?
【 기자3-1 】
우리나라에서 한약은 여러 한방재료가 들어가는 몸보신과 치료의 역할을 하지만 북한은 조금 다릅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참 뒤처진 의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약초를 이용한 의약품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민간에서도 약초 등으로 한약을 제조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값이 비싸지는 않다고 합니다.
【 질문4 】
고려약이 코로나19 예방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공식적으로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청정국인데, 그럼 여름휴가 등은 정상적으로 가는 건가요?
【 기자4 】
북한은 우리처럼 여름휴가, 피서 개념은 없지만 직장인은 1년에 14일 정도 쉴 수 있습니다.
보통 인민들은 집 근처 강이나 바다, 산 이런곳에 놀러 가곤 하는데요.
거주 지역을 벗어나려면 여행증명서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아주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개인 소유 차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소달구지나 손수레를 이용해 물놀이를 가곤 하는데요.
밥 해먹을 냄비부터 그릇, 숟가락, 젓가락에 우리식으로 말하면 텐트 역할을 해줄 비닐 장막까지 챙길 게 많아서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닙니다.
반면, 상위 1% 특권층들은 평양의 캐리비안베이로 불리는 '문수 물놀이장' 같은 워터파크에서 피서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은 입장료가워낙에 비싸고, 달러로 받기 때문에 일반인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인터뷰 : 김석향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입장료가) 5달러, 10달러 정도가 된다고 하면 북한 내에서 지금 한 달 급여가 1달러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면 한 사람 입장권을 살 때 5개월 치 월급을 주고 입장권을 사요."
1년치 월급은 신경 쓰지 않고 낼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아예 입장권 따위는 필요 없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피서지인 셈이죠.
【 클로징 】
상위 1%야 그렇다 치고, 보통의 주민들에게는 극심한 경제난에 코로나까지 올여름은 예년 같은 휴가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것 같네요.
조 기자, 수고했습니다.
[ 조경진 기자 nice2088@mbn.co.kr ]
[ 영상취재 : 김인성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 그래픽 : 송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