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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데일리브라운'의 점원 최유롭 씨 [사진=이윤식 기자] |
청와대 동편 앞 카페 데일리브라운 삼청동점에서 일하는 최유롭 씨(32)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누구냐는 질문에 한 청와대 직원을 꼽았습니다. 이곳은 청와대 동편의 춘추문 바로 앞에 위치한,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입니다.
지난달 최씨를 이 카페에서 인터뷰했습니다. '청와대 앞 사람들'이라는 코너로 수 개월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의 1인시위 활동가, 기자회견 참가 시민단체 회원 등을 만났지만, 또 다른 청와대 앞의 모습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청와대 앞은 매일 동(東)과 서(西)로 서로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서쪽 효자동의 청와대 사랑채 앞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피켓 시위와 기자회견이 이뤄집니다. 이에 비해 동쪽은 삼청동 상권과 연접해 갤러리와 카페, 음식점이 많습니다.
최씨가 일하는 카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근무하는 춘추관과도 매우 가깝습니다. 그래서 주요 고객은 행정관 등 청와대 직원들과 춘추관 기자들입니다. 주말에는 삼청동에 놀러 왔거나 주변 갤러리 전시를 보러온 관람객들이 많은 편입니다. 종종 근처로 1인시위나 기자회견을 하고 이곳을 찾는 시민단체 회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이곳에는 독일어 클래식 음악방송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같은 건물에서 '갤러리도스'를 운영하는 카페 주인의 취향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최씨는 "피아노를 전공했고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처음 일할 때는 같은 건물에 갤러리가 있어서 좋다고만 생각했다"며 "이곳에서 일하면서 청와대 사람들을 매일 접하다 보니 이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그동안 나랏일에 관심이 정말 없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직은 얼굴을 잘 모르는 장관들도 접한다고 합니다. 그는 "청와대에서 큰 행사가 잡히면 장관들이 온다. 장관들 얼굴까지는 잘 모르지만 분위기를 보면 안다"며 "어떤 때는 한 장관이 들어와서 카페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다 일어나서 인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바로 앞이다보니 작은 사건들도 목격합니다. 최씨는 "한번은 중년 여성들이 춘추문 안으로 거의 다 들어간 것을 경찰들이 뒤늦게 제지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씨에게도 최근 최대 이슈는 코로나19와 백신 접종입니다. 그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 카페를 찾는 손님은 확 줄었다"며 "당시에는 경기가 너무 침체돼서 주변 갤러리나 카페들이 거의 다 문을 닫았는데 우리 가게만 열었다. 청와대 근무자들은 그래도 이곳을 찾아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최근 백신 접종이 되면서 손님 수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덧붙였습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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