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과 야권에서 각각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틀 간격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두 사람은 모두 '공정'을 내세웠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달랐다.
이재명 후보의 공정은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준다는 뜻이다. '반칙과 특권에 기반한 강자'라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한민국 위기의 원인을 '불공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그가 강자의 반칙과 특권이 대한민국에서 심각하고도 폭넓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수의 눈에는 반칙과 특권이 아닌 것들을 그는 반칙과 특권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이렇게 썼다. "위기의 원인은 불공정과 양극화입니다. 누군가의 부당이익은 누군가의 손실입니다. (중략) 투기이익 같은 불공정한 소득은 의욕을 떨어뜨리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웁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제한을 강화하겠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그는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하는 것은 강자의 부당한 욕망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상당수 보수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도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보수 쪽 시각을 대변했다. 윤 후보는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라고 했으니, 부동산 문제를 보는 시각이 이 후보와는 크게 다른 게 분명하다.
이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이런 말도 했다.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것은 바로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입니다. 불평등 양극화는 상대적 빈곤이라는 감성적 문제를 넘어, 비효율적 자원배분과 경쟁의 효율 악화로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경기 침체와 저성장을 부릅니다. 저출생, 고령화, 실업, 갈등과 균열, 사교육과 입시지옥 같은 모든 문제는 저성장에 의한 기회 빈곤이 주된 원인입니다. 줄어든 기회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고 경쟁 과열은 불공정에 대한 불만을 분노로 바꿉니다. 이제 승자만 생존하는 무한 경쟁 약육강식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 말은 '억강부약'을 통한 공정의 회복이 단순히 윤리적 가치의 실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과열된 경쟁을 교정하는 것이 공정이며, 그렇게 해야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의 타파가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뜻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할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가 보는 공정은 상당히 다르다. 그는 불공정을 이 후보처럼 폭넓게 보지 않는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사회 경제 구조적 측면보다는 현 정부의 부패와 내로남불, 위선에 주목했다. 그는 현 정부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소수 이권 카르텔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불공정은 부패와 부도덕에 가까운 거 같다. 양극화를 '공정'의 핵심 현안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 듯 하다. 실제로 공정을 강조하는 그의 출마 선언문에는 '양극화'라는 단어가 없다. '불평등'이라는 단어 역시 없다.
반면 윤 후보는 '자유'를 강조한다. 출마 선언문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무려 22차례(자유민주주의 포함)나 나온다. 그에게 자유를 훼손한 공정은 공정이 아닐 것이다. 그는 자유가 있어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략) 혁신이 필수입니다. 혁신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 자율적인 분위기, 공정한 기회와 보상, 예측 가능한 법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자유가 있어야 혁신이 가능하며, 이를 통한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이 후보와는 결이 다르다.
반면 이 후보의 출마 선언문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단 한차례 나온다.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했다. 기업계가 주장하는 '규제 완화' 대신 '규제 합리화'라는 표현을 썼으며, '자유'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완화된 표현을 썼다. 윤 후보보다는 '자유'를 강조하는 톤이 약한 게 사실이다.
물론 출마 선언문으로 두 후보의 생각을 온전히 파악하고 비교한다는 건 어렵다. 특히 윤 후보의 출마 선언문은 이 후보에 비해 정책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윤 후보는 현 정권의 실정 비판에 상당한 내용을 할애하고 있어, 그의 정책 비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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