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국민면접을 진행할 면접관에 '조국 흑서'의 저자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를 임명했다 당내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판에 앞장섰던 김 대표의 면접관 선정을 두고 이낙연, 정세균 후보는 강력하게 반발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좋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1일 오후 4시 30분 경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오는 4일로 예정된 국민면접의 면접관으로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김소연 뉴닉 대표, 김해영 전 의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김경율 대표에 대해 "진보진영서 활동하다 최근 여권 비판 입장을 취하며 소위 탈진보 인사로 불리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 비판에 앞장섰으며 지난해 8월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등과 함께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출간했다. 책엔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논란을 다룬 부분도 담겨 이른바 '조국 흑서'라 불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진중권 전 교수도 면접관 후보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나 면접관 선정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후보들 사이에선 즉각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이낙연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오후 6시 10분 페이스북을 통해 "제 눈을 의심했다"며 "2019년 조국 전 장관을 거짓까지 동원해 공격했던 김경율 회계사를 국민면접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는 것은 진정 민주당의 결정인지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저는 김경율씨가 심사하는 경선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정 전 총리도 6시 20분 트위터를 통해 "당 지도부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가혹하게 조국의 시간을 연장하려는 겁니까"라며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발을 접한 민주당은 즉각 김 대표의 면접관 선정을 취소했다. 강훈식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장은 오후 6시 35분 정정 브리핑을 내고 "최종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먼저 (면접관들이) 발표됐다"며 "당의 원로이자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 대표의 선정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는 이날 출마선언 후 첫 행보로 경북 안동을 찾아 이육사 문학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다,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실 당원 입장에서 후보를 확인하는 건 중요한데,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시각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국민 중에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진 국민의 눈으로 검증하는게 당을 위해서도 후보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면접관 선정 취소 소식을 일방통보 받은 김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29일 조응천 의원실을 통해 김 대표를 섭외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개혁과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혹시나 도구처럼 이용될까 고민도 했지만 취지에 공감했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이날 김 대표는 선정 취소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고 민주당으로부터의 통보는 그 이후에 받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황당하다. (저 같은 사람을) 면접관으로도 못할 정당이 됐는지, 민주당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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