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일 감사원장 자리에 오른 최재형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채 정치판에 뛰어들것이라고 생각이나 해봤을까.
2017년 6월 9일 우리나라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된 김동연은 4년후 야권 잠룡이 될 줄 알았을까.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모두 내년 3월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국내 정치판을 뿌리째 뒤흔드는 거센 돌풍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문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던 만큼 반문의 기치를 내건 범야권의 유력대선후보가 될것이라고는 꿈조차 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사실 아직까지 이들 3명중 공개적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 다만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면 가능성은 농후하다. 우선 대변인까지 선임하고 광화문에 선거캠프까지 차린 윤석열의 출사표는 거의 확실해보인다. 최재형은 대선 출마여부를 묻는 여당의원 질문에 "제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했다. 정치적 중립 논란이 부담스러울만 한데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지 않은걸 보면 역시 출마쪽으로 기울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김동연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 전부총리(김동연)는 정서나 정책면에서 민주당과 가까운 분"이라며 자신을 여권 인사로 분류한 것에 대해 "글쎄, 그건 그분의 생각"이라고 거리를 뒀다. 나온다면 여권이 아닌 야권 대선후보로 나올 것이다.
이처럼 이들 3인이 자신들을 중용한 여권이 아닌 야권 대선후보로 나온다면 국내 정치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이다. 당연히 문정권은 당혹스러울수밖에 없다. 꽃가마까지 태워줬는데도 얼마나 정권에 실망했으면 반문텐트를 친 범야권 대선주자가 됐겠느냐는 말이 나올수 밖에 없어서다. 급해진 여권이 문대통령의 성은과 은혜까지 들먹이며 배신자 프레임을 치고 있는건 이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에 뜻이 없던 특히나 야권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이들을 정치판으로 내몬건 문정권 자신이다. 한때 문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며 떠받들었던 윤석열은 검찰총장 재직때 추미애를 필두로 이 정권으로부터 엄청난 핍박과 탄압을 받았다.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게 잘못(?)이었다. 울산선거 공작, 탈원전 경제성 조작 등 권력범죄는 물론 조국 등 정권 실세를 향한 거침없는 수사를 진행한게 정권의 역린을 건드렸다. 정치외압 없이 권력도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가 검찰개혁의 요체라는데 문정권도 동의했다면 윤석열은 문정권 사람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은 윤석열의 수사지휘권 박탈, 직무정지를 통해 권력수사를 방해했고 윤석열은 이같은 비상식과 불공정에 맞서 시쳇말로 정권과 대판 싸웠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대선지지율 1위를 질주하자 여권은 X파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석열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윤 전 총장 X파일을 입수했는데 국민 선택을 받는 일은 힘들 것이다"등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내용이 X파일에 담겨있는것처럼 연일 변죽을 울리고 있다.
도덕적·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면 떳떳하게 국민앞에 공개하면 된다. 그리고 윤석열이 해명하도록 하면 된다. 해명내용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면 살아남을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낙마시키면 될일이다. 공개도 못하면서 흠집내기 발언이 계속되면 국민들의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 구시대적 정치공작이라는 부메랑을 맞을수도 있다.
최재형도 이 정권이 정치판으로 등을 떼민것이나 다름없다. 국회 감사요구를 받아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범죄행위를 밝혀냈을뿐인데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공격하기위해 무리한 감사를 했다"며 여권의 공격이 시작됐다. 해야 할일을 했을뿐인데 직권남용으로 고발까지 당해 검찰조사를 받을 상황이니 황당했을것이다.
감사원의 중립·독립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최재형이 친정부 성향이 뚜렷한 김오수를 감사위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검찰총장으로 밀어붙인 정권의 독선과 반민주성에 실망했다는 전언도 있다.
최재형이 정치를 한다면 이런 비상식적인 나라를 더이상 두고 볼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감사원장이 퇴직후 선거에 출마하는것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 위반 아니냐는 지적은 충분히 할수 있다. 그런데 여권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
문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은 문정부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친문세력과 불협화음을 내다 정권에서 밀려났다. 이념과
여권 어느누가 이들을 배신자라 매도할수 있을까. 이들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밀어낸건 이 정권의 무능, 이념과잉, 강고한 진영논리, 위선과 불의, 불공정, 내로남불이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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