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계산법 복잡해졌다"
통일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첫 반응이 나온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북한의 저질 언동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고위급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반응 주체는 북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31일 김 대행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상대로 ‘역겹다’니요?”라면서 “이런 저급한 용어를 논평이랍시고 남발하는 북한은 역시 ‘비정상적인 세습 독재국가’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를 비판하는 논평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칭하고 ‘역겹다’고 한 바 있습니다.
김 대행은 “문재인 정권도 이런 비정상적인 북한에 대해 이제는 저자세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존엄과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막말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북한의 반응을 다소 신중하게 해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북한의 반응 주체는 북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주목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이번 북한의 반응이 “김정은의 복잡해진 계산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현 시점 북한의 고심은 내년에 있을 한국 대선까지 남북 관계의 방향을 어떻게 잡겠는가 하는 것이라면서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북한의 반응에서 주목할 점을 3가지로 꼽았습니다.
첫째는 “이번 북한 입장 발표 주체가 북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으로 논평원의 이름과 직함이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로 돼 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김명철이라는 인물이 과거 북한 관영 매체에 종종 등장했던 일본 조총련계 대북 전문가와 같은 인물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태 의원은 “김명철의 글을 놓고 평양주재 외국대사관에서 북한 외무성에 북한 공식 입장인지 따지면 일본에 있는 국제문제평론가의 견해이지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서곤 했다”면서 “쉽게 말하면 김명철을 내세워 미국이나 한국의 간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조선중앙통신이 나온 ‘김명철’이 일본에 있는 조총련계 김명철이 아닌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로 북한의 이번 반응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7년 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발표 다음 날 노동신문에 비판 논평을 실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인 ICBM-화성 14형을 시험발사 했는데, 이는 문 대통령 방미 결과 발표 하루 만에 입장정리가 끝나고 3일간 ICBM 발사 준비를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흔히 북한에서는 강경으로 가닥을 잡을 때는 결정 채택 과정이 신속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화로 방향을 잡을 때는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득실관계를 계산하느라 시간이 걸린다. 이번의 경우를 후자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 번째 주목할 사항으로 북한이 이번 논평원의 글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정책적 비판에 방점을 찍은 반면,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감성적 비판이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태 의원은 “지난 시기 북한의 대남비난 발언에서 정책비판이 아니라 감성적인 비난은 쉽게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북한은 지금까지 나타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정도로는 미북 대화에 나가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까지는 지켜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립하려 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으로서는 여러모로 내년 대선에서 진보 정권이 들어서야 유리하다”며 “당연히 김정은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첫 반응과 관련해 “개인명의의 글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정부가 지금 단계에서 직접 논평하기보다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은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글이 발표의 형식 등으로 볼 때는 수위가 낮다는 평가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이 반응 한 가지 그리고 발표형식, 이런 것만 가지고 어떤 입장이나 논평을 말씀드리기보다는 북한의 반응을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논평에 대해 "한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북한의) 국제문제평론가 수준에서 한 얘기를 제가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비난한 데 대해서는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명철 국제
또 "일을 저질러 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덧붙였습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