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상이 21일(미국 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을 해제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지막 '족쇄'인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사라질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외교안보팀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며 "그 가능성에 대해 내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정상의 논의 결과에 따라 전격적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가 선언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입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9년 10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를 180km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서 미사일지침에 따른 제한은 사거리를 늘리고 탄두 중량 상한선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츰 완화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앴고, 지난해 7월에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했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800km 이내'라는 사거리 제한만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사일지침을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족쇄'라고 지적해왔습니다.
더욱이 최근 동북아 정세가 복잡해지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사거리 제한 해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사일지침이 해제된다면 한국군의 미사일 주권도 온전히 회복됩니다.
특히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SLBM 등 탄도미사일 개발도 가능해집니다.
군과 정부도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게 됩니다.
이와 함께 군사위성 발사용 우주로켓 개발 등 우주군사력 관련 기술력 확보의 초석도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이번 논의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옵니다.
800km 탄도미사일만 해도 제주도에서 발사하면 신의주에 도달할 수 있고, 북한의 가장 먼 동쪽 두만강까지는 포항 남쪽에서 쏴도 타격권에 들어갑니다. 발사 지점에 따라 중국, 러시아 일부 지역도 들어갑니다.
여기에 사거리
미사일 분야 전문인 한 예비역 장성은 "현재 사거리 800㎞ 미사일로도 충분히 북한에 대응할 수 있다"며 "사거리가 더 길어지면 주변국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백길종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