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립유공자 지원금은 독립운동 모욕이냐"
↑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오른쪽) / 사진 = MBN |
경기도가 오는 7월부터 5·18민주유공자와 유족에 매월 10만 원의 생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광주 모욕”이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을 비판하자 이 지사는 “소속 당원의 5·18지원금 관련 망언을 사죄하고 망언한 당원을 엄중문책하라”며 국민의힘을 겨냥해 반격에 나섰습니다.
발단은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었습니다. 김 전 위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그만 상복을 벗자”면서 “정당에 신주처럼 영정을 걸어 놓고 아침저녁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민주주의의 나라. 영정을 걸어놓고 장례식마다 복식논쟁을 하고 때가 되면 묘지를 순례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지사의 5·18 지원금을 언급하면서 “참으로 이 모욕을 어찌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천박한 돈으로 하는 마치 모리배의 정치같아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어디 광주정신 모독죄는 없느냐”면서 “조국을 지지하는 광주와, 가덕도를 지지하는 호남과,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서는 문재인 정권을 호남인들이 떠 받쳐주고 있는 현실 앞에 호남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호남의 가오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신주단지를 부수고 묘지의 정치를 버리고 광주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습니다.
이 지사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양두구육 국힘, 5·18지원금 망언 사죄하시라”고 요구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김 전 의원이 망언을 한 데 대해 당에서 책임을 지라는 것입니다.
이 지사는 “참전유공자 생계지원금이 참전유공자 모욕일 수 없듯이 생계가 어려운 광주 5·18유공자 지원이 광주 5·18 모독일 수는 없다”면서 “경기도가 월 100만원씩 독립유공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독립운동 모욕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광주 5·18유공자 지원금은 이미 오세훈 시장의 서울에서도 시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의원 주장대로면 오세훈 시장도 5·18을 모독하고 있으니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5·18유공자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어 “5·18유공자의 생계지원금은 아예 없었고, 경기도와 서울시 지원금은 다른 국가유공자에 비교하면 턱없는 소액”이라면서 “소액의 지원금은 5·18학살의 피해자인 유공자들의 간절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그나마 모두도 아닌 생계곤란자만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경기도의 민주화유공자 지원금 대상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5·18민주유공자나 유가족 가운데 월 소득금액이 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가구입니다. 경기도는 지원 대상을 135가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추산대로면 소요 예산은 월 1350만 원 수준입니다.
이 지사는 또 “겉으로는 5·18을 인정한다면서도 5·18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같은 유공자라도 5·18 유공자는 차별하는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광주학살 주역의 후예로서 눈앞에서 표가 아쉬워 사죄쇼를 벌이면서 뒤로는 피해자 무덤에 침을 뱉는 양두구육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이 광주 5·18 영령 앞에 사죄하면서 ‘호남 끌어안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겉과 속이 다르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광주학살을 참회하고 사죄한다면 소속 당원의 5·18지원금 관련 망언을 사죄하고 망언한 당원을 엄중문책하라”고 국민의힘에 촉구했습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두환 신군부 일당에 뿌리를 둔 국민의 힘, 그 소속 전 최고위원이 광주정신을 들먹이며 말 같지 않은 비판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을 바로 천박한 정치라고 한다. 그 입에서 나왔으니 그에게 그대로 되돌린다”며 김 전 의원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이 지사의 비판에 대해 “나라의 예산과 세금으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이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모리배정치의 전형”이라고 재차 반박했습니다.
이어 “어제 광주에 모인 여야 정치인들이 5·18의 정신, 김대중의 정신을 말하면서 모두가 관심은 표에 가 있어 하나 같이 남의 돈을 가지고 퍼주기 경쟁에 나선 무책임한 모리배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는 이런 돈을 받기 위해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 한 것이 아니다”라며 “광주민주화운동은 전 국민이 함께 한 것이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광주민주화 운동 시기에 고문과 수배를 당하고 아내가 계엄 군법회의에서 재판을 받았다면서 “쌩뚱맞은 10만 원 지원은 다른 국가 유공자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일”이어서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광주 유공자가 고립될 수 있고 이것은 광주의 정신이 훼손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앞서 여당을 중심으로 발의된 ‘민주유공자예우법’에 반대하면서 자신의 광주 민주화운동 유공자 증서를 반납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5일 국가보훈처에
김 전 의원은 연세대 재학 시절 유신헌법 철폐를 촉구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습니다. 석방 후에도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수배돼 아내와 함께 구속됐습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