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하는 것 같아"
청와대는 한 발 물러서며 '레임덕' 우려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형국입니다.
초선 의원들이 장관 3인방 중 최소 1명 이상은 낙마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도부에 전하는 '반란'을 일으키자, 친문 의원들은 결격사유가 없음에도 '묻지마 낙마'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 없다면서 일제히 반격에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81명은 어제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중 최소 1명 이상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낼 것을 당에 공식 요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집단 행동에 나선 겁니다.
'더민초'의 장관 낙마 요구에 대해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자 결격 사유가 분명하면 사유를 들어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을 했어야 하는데 방점이 보수 언론과 야당이 안 된다고 하니까 1명 정도는 탈락시켜야 한다는 접근이 있는 것 같다"며 초선 의원들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도 "부적격 인사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누구라도 한 명은 낙마시켜야 한다고 요청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않고 의회민주주의의 원리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습니다.
친문 강성파인 정청래 의원도 가세했습니다.
정 의원은 "마치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라고 이름도 말하지 않고 1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 명분이 약해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초선들이 최소 1명의 낙마를 공식 요구하자 청와대는 "의견 수렴을 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제(12일)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께서 금요일(14일)까지 국회에 의견을 요청했다. 그때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이 문제가 당청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당 안팎의 여론을 적극 수렴한다는 계획입니다.
임명 강행에 대한 민주당 내 반발 기류가 당청관계 균열로 이어질 경우 임기 말 정국 주도권이 당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청와대는 초선 의원들이 최소 1명의 낙마는 불가피하다며 적극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초선 의원들이 따로 힘을 키우며 청와대와 번번히 대립하는 모양새가 굳어질까
이번 일을 계기로 당청 관계가 얼어붙는다면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레임덕이 보다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14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회동이 청문보고서 재송부 마감시점과 겹치는 만큼 이날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상은 기자 / leestellaaz@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