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백신외교' 방미 대표단 미국 도착…활동 개시
민주당 "혼선 초래 우려" vs 국민의힘 "무슨 근거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미국행과 국민의힘 방미대표단의 행보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황 전 대표는 현지시간 11일 미국에 코로나19 백신 1000만 회 접종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자 현 아시아그룹 회장을 만나 “한미 양국 간 혈맹 차원에서 미국 주요업체 백신을 대한민국 측에 우선 전달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커트 캠벨 회장이 “미국은 대한민국 백신 대란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한미동맹에 입각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백신은 미 제약업체에서 생산한 화이자·모더나·존슨앤 존슨 등임을 미국 조야에 명확하게 설명 드렸다”면서 “국민이 ‘믿고 맞을 수 있는’ 백신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는 최근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AZ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발언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재갑 한림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신 접종이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그것도 싸움의 대상이 비과학적인 안아키나 안티박서 정도가 아니라 언론과 정치인이 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황 전 대표는 “국내에서 저의 방미를 두고 여러 말들도 있지만 제 목적은 분명하기에 개의치 않는다”면서 “한미동맹의 정상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혈맹으로 말미암아 하루빨리 양질의 백신을 공급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황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12일) 저녁 페이스북에 “황교안 전 대표께서는 자중하기 바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황 전 대표는 전직 미래통합당 대표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전직 국무총리”라면서 “아무리 대권행보가 급했다지만, 미국까지 가서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라도 백신을 달라니요”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입니까?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있습니까”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로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국민 앞에서 백신까지도 편가르기 도구로 이용하는
전직 총리의 어설픈 백신 정치가 국민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고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고 일갈했습니다. 또 “4년 내내 편가르고 갈라치고 오로지 문재인 편만 국민인 나라를 만든 문재인 정권도 신물이 난다”면서 “전직 국무총리의 희한한 편가르기에 국민들은 ‘백신으로 장난하냐?’라고 묻고 있다”며 ‘낯 뜨겁다’고 질타했습니다.
황 전 대표는 즉각 반응했습니다. 장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지 5시간여 만에 “제 진심이 잘못 전달된 것 같아 황당하고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어 “이번 방문으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백신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며 “제가 노력한 부분도 있겠지만 동맹의 가치가 발현된 것 같아 반가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여당은 ‘백신외교를 함께 하자’는 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라고 압박을 하고자 몇가지 예를 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 등에 백신 우선지원 요청을 한 것을 두고 장 의원이 ‘나라망신’이라고 비판한데 대한 해명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오로지 청와대, 정부, 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저는 ‘국민 편가르기’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장 의원도 재차 글을 올려 “편가르기 의도가 아니였다니, 무척 다행”이라면서도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황 대표님의 모든 발언이나 행동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전 대표의 행보와 별개로 국민의힘은 백신외교를 위한 독자행동에 나선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박진·최형두 의원은 현지시간 12일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전참전용사비 헌화로 일정을 시작해 미국 공화당의 영 김, 미셀 스틸 의원을 면담할 예정입니다.
이번 국민의힘의 대표단 방미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대표단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 정책 싱크탱크 인사들을 만나 한미 백신스와프를 비롯한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한미 백신스와프는 통화 스와프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먼저 지원받고 나중에 백신으로 되갚는 방식입니다. 대표단은 또 “한미 양국이 협력해 우리나라가 검증되고 안전한 백신을 공동개발·대량생산·글로벌 공급을 할 수 있는 ‘아시아백신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12일) 이용빈 대변인의 서면브리핑 형식으로 “야당의 백신사절단, 혼선만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백신구매사절단은 실익이 없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면서 “국민의힘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백신 불안감을 키우더니, 최근에는 백신 보릿고개를 운운하며 마치 백신 부족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야당의 백신사절단은 오히려 백신 수급정책에 혼선만 초래할 뿐”이라면서 “백신 공급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옹색해지자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은 이해한다”며 “미국까지 가서 빈손으로 돌아오더라도 자신들은 백신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어제(12일) 논평에서 “적반하장과 후안무치의 민주당 ‘국민의힘 방미대표단’의 존재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반격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백신부족을 초래한 것을 아직도 부정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습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에게 공동 방미대표단 방문 등 백신 확보의 중요성과 협력을 강조하고 요청한 바 있다“며 “민주당은 끝까지 어떠한 답변도 없었고 이제 국민 안전과 불안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방미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한 제1야당의 노력마저 폄훼하고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백신확보를 위해 초당적으로 노력하려는 공당의
백신공급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민주당의 설명에 대해서도 “여당의 행태야말로 국민기만”이라면서 “국민의힘은 그간 민주당에게 공동 방미대표단 방문을 제안하였으나 민주당의 비협조로 국민의힘 단독으로 가게 된 것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