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하지만 원팀도 원팀 나름이다. 조직내 이견으로 잡음이 이는것을 병적으로 경계하고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걸 찍어누르려는 수단으로 원팀 프레임을 강요한다면 이건 전혀 다른 얘기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비판마저 허용치 않고 개인의 자유의지를 묵살하는 획일적인 전체주의적 사고와 일사불란한 행동을 '원팀'이라는 미명하에 강요한다면 큰 문제다. 강요된 '원팀 정신'은 내편네편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공고한 진영논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객관적이고 명백한 불의와 부도덕, 특권, 반칙을 행하더라도 내편이면 원팀정신을 발휘해 아무런 문제를 삼지 말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조국사태때 청와대와 여권이 원팀으로 똘똘뭉쳐 민심과 현격하게 괴리된 비상식적 억지와 궤변을 쏟아내며 조국을 비호한것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맹목적인 조국 비호에서 탈피해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을 펼친 금태섭은 원팀에서 이탈한 변절자로 낙인 찍혀 당에서 퇴출됐다.
최근 당 내부갈등 도화선이 된 강성 친문세력의 문자폭탄 논란도 마찬가지다. 강성 친문세력은 문자폭탄의 비민주성을 지적하는 비주류 쇄신파 의원들을 되레 공격한다. 문자폭탄을 투척하는 강성당원들도 결국 내편이고 원팀의 일원인데 굳이 잘못을 들춰내는건 원팀에 균열을 일으키는 해당 행위라는 것이다. 문자폭탄의 폭력성이라는 본질은 외면한채 옳고 그름 자체를 따지지 말고 그냥 원팀이 되라는 주문에 다름아니다.
이 정권의 강요된 원팀 프레임은 집요하기까지하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대통령과의 국정철학 공유여부를 검찰총장 후보 조건으로 내세웠다가 검찰 중립·독립성과 정면 배치된 시대착오적 발언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권과 '원팀'이 될 검찰총장을 간택하겠다는 속내를 무심결에 드러낸 것으로 입만 열면 외쳐대는 검찰개혁 허구성을 보여준 상징적 에피소드다. 그런데도 정권은 비판적 여론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듯 검찰총장 추천위에서 꼴찌를 한 친정부 인사 김오수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점지했다. 정권과 가까운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유임되거나 대검차장으로 영전하면 박범계·김오수·이성윤으로 이어지는 '법조 원팀'이 탄생하는것 아니냐는 걱정어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학의 전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을 겨냥한 권력수사가 모두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권이 수시로 강조하는 '원팀'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의 황당한 운동권 예우법 발의에 분노해 연일 친정에 매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김영환 전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전의원은 송영길 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문파 정치인'과의 원팀에서 빠져나와 국민과 역사의 편에서 원팀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용기있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김 전의원은 이낙연 전대표, 조국·추미애 전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거론한 뒤 "다 원팀 하다 원킬 하지 않았나"라며 비꼬았다. 문자폭탄 논란을 촉발시킨 조응천 의원도 "민주당이 '원팀'이라고 말하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친문 원보이스'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팀을 강조할수록 원팀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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