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유권자들의 분노'로 인해 4.7 재보궐 선거가 기존 선거와 다른 특이한 경향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정적인 애착을 뜻하는 정당일체감보다 순간적인 정당호감도가 선거 승패를 가른 것이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국정당학회와 한국행정연구원이 '4.7 보궐선거 결과 분석 및 향후 정국과 정책방향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특별학술세미나에서 "세대와 성별 막론하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곡동 땅투기 의혹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오 시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 의사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정당학회가 케이스탯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조치 외 대부분 정부 정책에 유권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89.3%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가운데 '매우 잘못했다'는 62.8%에 달했다. 검찰개혁 또한 '잘못했다'고 본 사람이 74.3%를 차지했다.
구본상 충북대 교수는 "여러 변수 가운데 정당일체감은 후보 선택에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정당호감도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정당일체감이 투표에 영향을 주고 정당호감도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지만, 이번 4.7 재보선에서는 안정적 애착보다는 투표 당시의 부정적 감정이 후보 선택과 더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오 후보를 겨냥한 민주당의 네거티브는 효과가 없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민주당은 여당인지, 야당인지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얘기만 하다가 판을 뺏겼는데 이번 재보선에서도 생태탕 얘기만 하다가 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저쪽이 '나쁘다'가 아니라 어차피 내로남불 다 똑같은데 능력이나 보여달라고 지적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구 교수는 "국민의 힘에 관한 박한 평가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선긋기,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땅에 관한 불신 등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수정당의 승리로 보는 것은 오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박 전 대통령 이후 보수정당이 어떻게 바뀌고 있냐고 물은 질문에 52.6%가 "그대로"라고 답했고 20.8%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15.3%뿐이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이 유권자들과 정당 간 애착이 해체되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싫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권자와 정당의 관계가 재편성되는 유동적인 상황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재보선 결과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유권자가 어느 한 정당에 묶여 있는 건 아니다"고 봤다. 유 교수는 "유권자 지형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정당일체감보다는 후보요인이 중요할 것"이라며 "내년 대선 화두로 떠오를 일자리, 부패, 공정 문제에 대해 누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가 중요해질 것"고 말했다. 박경미 전북대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결정이 지연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정당이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 내부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거나 후보검증을 통제할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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