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생각이 최근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을 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낭비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 부동산 이익을 위한 재건축은 낭비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재건축을 않는 게 오히려 낭비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 글의 달란트 비유 인용은 성경의 해석과 아무 관련이 없다. 나는 성경 구절을 해석할 능력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다만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 인용할 뿐이다.)
마태복음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주인이 종 3명을 부른다. 한 명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다른 한 명에게는 금 두 달란트를, 마지막 한 명에게는 금 한 달란트를 준다. 그러고는 외국으로 떠났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이는 그것으로 장사하여 추가로 다섯 달란트를 남겼다. 두 달란트를 받은 이도 장사를 해서 두 달란트의 이문을 남겼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이는 그 돈을 땅에 묻었다.
오랜 후에 주인이 돌아왔을 때 다섯 달란트를 받은 이는 열 달란트를 가져오고, 두 달란트를 받은 이는 네 달란트를 가져왔다. 그들에게 주인은 "잘 하였다"라고 기뻐하며 "더 많은 일을 맡기겠다"라고 했다.
반면 한 달란트를 받은 이는 한 달란트만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주인은 크게 노했다. 그에게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의 한 달란트를 빼앗아 애초에 다섯 달란트를 받은 이에게 주라고 지시했다.
나는 '재건축은 낭비'라는 사고방식이야말로 한 달란트를 받은 이와 동격이라고 생각한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아파트는 땅값이 매우 비싸다. 그 땅을 지금 용도보다 훨씬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기에 가격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땅을 그 가치에 걸맞게 사용하는 게 옳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이가 장사로 다섯 달란트의 이문을 남겼듯이, 그 땅을 활용해 우리 사회 전체에 더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지난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신임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기 앞서 환담하고 있다. 이날 만남에서 오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재건축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2021.4.21. [이충우 기자] |
앞으로 재건축을 허용하되, 적정 개발이익을 환수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재건축으로 가구 수가 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당장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집값은 오를 것이다. 하지만 가구 수 증가로 인한 장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사회적 이득을 포기해야 하는지 나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관건은 개발이익을 민간과 공공이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다. 공공이 너무 많은 개발이익을 가져가면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과 층수가 높아진다. 하늘로 건물이 치솟아 올라갈수록 공공이 자기 몫을 주장할 근거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 하늘은 상당 부분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공에 내놓는 게 정당하다.
개발이익을 나누는 기준으로 '기회비용'의 개념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 싶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자들 중에는 10~20년년 이상 긴 세월을 기다린 이들도 많다. 만약 그 시간과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렸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적어도 그 돈만큼의 개발이익은 집주인들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만약 그 이상의 개발이익을 환수하려 든다면 공공이 타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걸 죄악시하는 게 문제다. 집에 투자해 돈을 버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고율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물론이고 부담금까지 부과해 차익 대부분을 환수하겠다고 한다. 이러니 재건축이 될 리가 없다. 결국 우리는 한 달란
다시 말하지만, 재건축은 낭비가 아니다. 다섯 달란트로 또 다섯 달란트를 남길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 다만 민간과 공공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재건축을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절실히 필요할 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