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가 오늘(20일) 공식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한국은 ILO 가입 30년 만에 노동권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본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을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사는 ILO와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기탁식은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의 완료를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비준한 ILO 핵심협약 제29호, 87호, 98호는 비준서 기탁 이후 1년이 지난 내년 4월 20일 발효돼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됩니다.
ILO 핵심협약은 전 세계 노동자 권익을 위한 국제기구인 ILO가 결사의 자유 보호를 포함한 노동권의 기본 원칙을 집약한 8개 조항으로, 노동권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합니다.
1991년 ILO에 가입한 한국은 국제사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29호와 105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87호, 98호 등 4개는 국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비준을 미뤄왔습니다.
하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29호, 87호, 98호 등 3개를 비준하기로 하고 이들 협약 기준에 안 맞는 노조법 등 국내법 개정에 착수했습니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포함한 노조법 개정안 등은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2월에는 ILO 핵심협약 3개의 비준 동의안이 의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ILO 가입 30년 만에 핵심협약 8개 중 7개를 비준하게 됐습니다.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105호는 정치적 견해 표명 등에 대한 처벌로 강제노동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국가보안법 등과 상충할 소지가 있어 비준이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ILO 핵심협약 8개를 모두 비준한 국가가 ILO 187개 회원국 가운데 146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여전히 국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는 동안 국제사회의 비판은 계속됐습니다.
지난 2018년 말에는 유럽연합(EU)이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지연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가 통상 리스크로 비화할 조짐도 보였습니다.
때문에 이번 ILO 핵심협약 3개의 비준 절차 완료는 통상 리스크를 줄이고 국격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이날 기탁식에서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환영하며 "노사정의 지속적 협력이 사회 정의,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 추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한국 국민의 신념을 증명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노동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건강한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사와 함께 계속 노력해가겠다"고 화답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가 완료됐지만, 국내 논란이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노동계는 개정 노조법 등이 여전히 ILO 핵심협약 기준에 못 미친다며 재개정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이 초래할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