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더불어민주당에서 각양각색의 쇄신책이 나오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열성당원들이 쇄신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세력은 2천~3천 명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4·7 재보궐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꼽은 민주당 20·30세대 초선 의원을 향해 '문자 폭탄'을 퍼붓는 등 각종 현안마다 실력 행사를 해왔습니다.
30대 초선 의원인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어제(1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화를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의가) 많이 온다"며 반대의견이 예상보다 거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자리에 도전하는 이들의 입장은 갈립니다. 당권에 도전하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만큼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것(당심)도 다 민심의 하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원내 사령탑에 도전하는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과대 대표되는 강성 당원들의 입장이 당의 입장이 된다면, 민심과의 괴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2천~3천 명 수준의 극성 지지세력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80만 명에 달하는 민주당 권리당원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권리당원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선출 시 40% 권리를 행사하며 당의 중요 정책 및 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및 지방자치단체장 국민참여경선 시에는 50% 권한을 행사합니다. 지난해 8월 최고위원 경선에서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의 후보가 모두 당선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탄생은 2012년 대통령 선거가 계기가 됐습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문재인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하면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잇는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이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된 것은 2015년 안철수 김한길 전 의원 등 비노그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나선 것이 결정적 동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 앞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자책하던 이들은 분당 사태가 터지자 문 대통령만큼은 "반드시 지켜내자"는 다짐 속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 당의 주류가 됐습니다.
당원들의 주축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존경과 충성심을 가진 호남 출신 장년층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 의식과 문 대통령에 대한 보호 심리를 가진 '30~50'으로 바뀐 시간이었습니다.
2017년 4월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들이 상대 경쟁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것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같은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들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진보 내부에서도 자기부정, 맹신적 행태라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도 서초동 대검 청사 앞에서 '검찰개혁' 촛불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 밉보여 '좌표'로 찍히면 견뎌낼 재간
"평소 매우 점잖다"는 다선 의원들까지 공개 석상에서 검찰과 언론, 특정 인사를 향해 막말을 퍼부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도 그만큼 열성 당원들의 파워가 막강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