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에서 힘을 합쳤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통합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밀고당기기에 들어갔습니다.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대통합' 대의에 뜻을 같이한 양측은 서로 재보선 압승의 주역을 자처하며 통합 논의의 주도권 다툼에 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먼저 국민의힘에 적극 협조했던 국민의당이 '청구서'를 내밀었습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이끈 단일화 시너지 덕분에 국민의힘의 승리가 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대표의 '복심'인 이태규 의원은 그제(9일) SNS에서 "처음부터 단일화의 판을 만들고, 키우고, 끝까지 지켜서 완성한 사람은 안 대표였다"며 "야권의 승리 요인은 안철수라는 견인차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단일화 패배에도 선거운동을 도운 '공로'는 인정하면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통성 있는 제1야당 간판으로 나섰기에 승리했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통합 논의를 주도할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도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자"며 자당 중심의 통합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양당 모두 통합의 시기나 방식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명분 쌓기에 돌입한 양상입니다. 최대한의 지분을 확보하려고 '밑밥 깔기'에 나선 것입니다.
주 대표 대행은 지난 8일 안 대표와 비공개 오찬을 갖고 국민의당이 원하는 합당이 어떤 형태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며,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내 의견 수렴이 먼저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측은 이번 주 내내 신경전을 지속할 전망입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11일) 통화에서 "당원이나 핵심 지지층의 여론을 확인하는 데 열흘 이상은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이견이 있을 경우 전 당원 투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
국민의힘도 이번 주 초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가동하는 한편, 당권 주자로 꼽히는 주 대표 대행과 정진석 의원의 단일화 논의 추이를 주시하며 향후 일정을 가늠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 대표 대행의 거취가 결정돼야 일정의 윤곽이 잡힐 것 같다"며 "국민의당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부터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