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후보들의 복지·사회분야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여야 후보들 모두 유권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선거철 포퓰리즘 양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난위로금 1인당 10만원 지급' 공약을 내놨다.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보편적 코로나 재난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절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경기도에서 효과가 나타났고 서울시 재정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코로나로 어려워진 민생을 회복시키는데 필요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안심소득'을 공약으로 내놨다.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게 중위소득과 실제 소득의 차액의 절반 만큼 보전해주는 공약이다. 지난해 서울시 중위소득은 1인 가구 175만 7194원, 2인 가구 299만 1980원, 3인 가구 387만 577원 등이었다. 만약 3인 가구의 월 소득이 287만 577원 이라면 중위소득과의 차액 100만원의 절반인 50만원을 지급하는 개념이다. 오 후보는 우선 서울에서 2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을 시범실시하고 결과를 살펴보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원 규모 등을 볼 때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서 "대선 공약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안정한 소득계층에 대한 소득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한 요구를 고려할 때 시대적으로 적합한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현금 살포 정책 등 포퓰리즘적 공약을 고려할 때 전체적인 복지·사회 분야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시대 적합성은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신문이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가나다 순) 등 전문가 7명에게 양 후보 복지·사회 공약 평가를 의뢰한 결과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박영선 후보가 5.49점(10점 만점) 오세훈 후보가 4.89점을 기록했다. 공약의 시대 적합성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6.83점이었고 오세훈 후보가 5.89점으로 나타났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박영선 후보는 전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한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가치가 있는 공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후보는 전체적인 공약과 세부 공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서도 "'안심 병원 동행' 등 공약에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고민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표적인 복지·사회 공약으로 '1인당 10만원 재난위로금 지급', '출발자산', '원스톱 헬스케어 도시', '유치원 무상급식', '돌봄 통합 플랫폼' 등을 내놨다.
'출발자산'은 19~29세 청년에게 5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 자금의 용처와 관계없이 30세 이후 원금만 상환하도록 한다는 공약이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은 "대출 시행 취지는 좋은데 원금 미상환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원스톱 헬스캐어 도시는 박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21분 컴팩트 도시'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이다. 21분 생활권 내에 각 병원 진료과와 약국을 포괄할 수 있는 헬스캐어 센터를 설치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대형 병원의 의료데이터를 동네 병원과 공유하고 지역 바이오기업도 연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 보건소와 역할이 분산될 수 있으며 의사집단의 정책 수용성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돌봄 통합 플랫폼'은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후 돌봄 등으로 분리돼 있는 돌봄 서비스를 통합 플랫폼에 포괄하고 학부모들이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 뿐 아니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간 협업이 없이는 실현 가능하지 않은 사업"이라면서 "관계부처와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치원 무상급식'의 경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함께 내놓은 정책이다. 이에 대해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유치원 아동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면서 "먼저 유치원 의무교육화를 시행한 뒤에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안심소득', '1인 가구 보호특별대책본부', '서울안심워치', '안심 병원동행', '건보료 산정방식 개선' 등의 공약을 내놨다. '1인 가구 보호특별대책본부'는 각 구역별 경비원을 지원하고 위험신고시 전담경찰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대해 김원식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대상을 1인 가구로 한정하다보면 실현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안심워치는 서울시민들에게 스마트워치를 나눠주고 건강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건강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했을 때는 소정의 경품을 주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이에 대해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마트워치 공급회사에게만 이익을 안겨줄 뿐, 시민 건강 향상에 실질적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건보공단의 건강검진체계를 통해 이미 건강검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 병원동행은 어르신들의 병원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위해 집에서 병원이나 약국까지 동행을 해주는 서비스다. 이에 대해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력충원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일자리로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보료 산정방식 개선은 주택과 토지 가격 상승으로 건보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주택 가격에 연동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액 자산가들의 보험료 부담 증가 문제만을 위해 제시한 공약이라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과의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는다면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인 복지 공약을 내놓고 자유주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극적인 복지 공약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영선 후보는 전체적으로 정책비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면서 "오세훈 후보는 대부분의 정책이 중앙정부와의 협의 없이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놨다. 서울시 소속 산하기관 가운데 안전과 관련된 기관에서 주 4.5일제를 우선 실시하고 다른 공공기관과 민간 분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4.5일제가 가능한 공공기관을 찾아보니 서울교통공사, 서울의료원, 서울에너지공사 작업설비 등"이라면서 "이처럼 안전과 생명이 직결된 기관은 주 4.5일제를 먼저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제조, 공방 수준의 작업 업체 가운데는 주52시간제를 지키지 못하는 곳도 많은데 이런 업체는 서울시가 지원해 52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도'도 제시했다. 희망하는 근로자에 한해 정규 근로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우선 근무해 근무시간을 저축하고 초과된 근무시간을 추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 후보는 "여성들이 필요한 유연한 근로시간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장애인 공약으로 장애여부와 관계없이 공공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코로나19 확진 장애인이 우선 입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건강권 보장' 등의 장애인 공약도 내놨다. 이밖에 반려동물 공약으로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반려동물 물림사고 상해치료 시민보험', '25개 자치구에 반려견 놀이터 신설' 등을 제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배달 라이더 지원' 을 위해 '불공정 계약 시정', '산재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계약서에 기본배달료 명시, 사업자의 고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배달기사에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자율시정하기로 국내 빅3 업체와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불공정계약 시정, 산재보험 우선 가입 의무화 등 근로자로서의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반드시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반려동물 공약으로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유기견 구출·치료·교육·입양 플랫폼 구축' , '반려동물 놀이터 공간 마련' 등을 내놨다. 이와 함께 오 후보는 '여성 행복 화장실'을 2배로 늘리고 남여 공용 형태의 화장실을 남녀로 나누는 작업을 시작한다는 복안이다. 공중화장실 출입구에 CCTV를 실치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방점을 뒀다.
장애인 공약으로는 '안심 보행이동권 보장', '장애인 버스요금 무료화', '장애인 차량 LPG 소비세 감면' 등을 내놨다. 오 후보 관계자는 "장애인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도를 개선하고 장애인 보행환경 모니터링단을 운영할 것"이라면서 "현재 무료인 지하철 요금을 버스 요금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또 '2032년 서울 올림픽 유치' 공약도 제시했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현금복지 등 복지공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복지 중시' 기조에 의해 관련 서울시 예산이 지속적으로 늘어온데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해 총 4번의 추경을 하는 등 확장 재정을 펴온 결과 서울시 재정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서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9.8%로 전년 17% 대비 2.8%포인트 높아져 20%에 근접했다. 2016년~2019년 16~17%대를 유지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가파른 상승폭이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중 하나로, 행정안전부의 기준으로 25%가 넘으면 '재정 위기 주의' 단체로 분류된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의 가파른 증가는 '확장 재정' 기조와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촉발됐다. 지난해 당초 예산만 39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의 예산을 편성한데 이어 코로나19 국내 확산에 따른 대응을 위해 4차례 추경을 하는 과정에서 3조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예산이 45조까지 불어났다. 서울시의 채무도 지난해 9조8766억원으로 전년 7조59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올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 명목으로 3000억 규모의 지방채 발행이 예정돼있는 등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채무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복지 예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차기 서울시장의 신규 복지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특별회계로의 전출금 등을 뺀 일반회계 기준으로 서울시의 전체 예산 대비 복지 예산 비중은 2017년 33.6%에서 올해 37.8%로 4년새 4.2%포인트 늘어나 약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어떤 후보가 차기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공약했던
[박승철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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