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이 더 밝혀지고 당시 일을 증언하는 사람이 나오면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어제)
"반드시 승리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저도 야권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오늘)
둘 다 발신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수신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어제(22일) 단일화 여론조사 직전, 안 대표는 오 후보의 내곡동 투기 의혹을 정조준했습니다. 한 유투브 채널에 출연해선 "민주당이 사실은 증거를 좀 더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습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오 후보가 내놨던 "땅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국장 전결 사항"이라던 과거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오늘(23일) 단일후보 결정 직후, 안 후보는 결과에 승복하고 오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내뱉은 말과 의혹들은 거둬들일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단계부터 이날 단일화까지 '깜짝 이변'으로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간 오 후보의 최대 리스크는, 안 대표의 우려 내지는 예상대로 '내곡동 문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사흘(21~23일)간 오 후보를 겨냥했던 논평 13건을 살펴보면 내곡동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천준호, 장경태, 김원이, 강병원, 윤건영 등 민주당 의원들이 각개전투로 돌아가며 관련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내곡동 건은 엄밀히 보면 보금자리주택 지정 과정과 36억 5천만 원에 달하는 보상금 그 자체보다, 오 후보가 의혹마다 '몰랐다'는 취지의 반박을 하다가 더 커진 사안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민심이 크게 출렁이는 부동산 문제인데다 거짓 해명과 말 바꾸기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으니 이만한 '공세 포인트'도 없는 셈입니다.
오 후보로 확정된 직후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미래와 과거의 대결' 구도로 규정했습니다. 오 후보 측의 '첫날부터 능숙하게'란 캐치프레이즈에서 보듯 상대방이 장점으로 내세운 서울시장 경험을, 역으로 재임 당시 행정적 판단과 과실을 단점 삼아 집중 공격하겠단 계획입니다.
박영선 후보는 이날 야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오 후보 재임 시절에 조성된) 광화문광장, 세빛둥둥섬 이런 것은 서울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서 한 것이 아니고 전시행정을 한 것"이라며 "특히 오 후보는 무상급식으로 아이들을 차별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낡은 사고를 계속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무상급식은 10년 전 찬성과 반대가 거세게 부딪쳤던 사안이고, 오 후보 역시 "자리를 걸었던 건 사죄하지만 가치를 놓고 싸운 건 후회하지 않는다"며 '가치 논쟁'으로 정면 대응하는 만큼 내곡동 이슈보다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여당과 제1야당 양쪽 모두 당 차원의 조직력과 자금력,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화력을 집중한 걸로 보입니다. 여당에서는 이미 이해찬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섰고 야당에선 안 대표의 진정성 있는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