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국민의힘, 그리고 오세훈 후보였습니다.
중도층과 제3지대 대변자를 자처하며 초반 상승세를 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단일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철수'하게 됐습니다.
본선 때 적중률은 차치하고, 현 시점에 나온 숫자들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닌 오 후보, 정확히는 야권이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리얼미터(JTBC 의뢰) 조사를 보면 지난 20~21일 만18세 이상 서울시민 1천7명에게 야권 단일화를 가정해 물었더니 오 후보는 53.4%, 박 후보는 31.4%로 집계됐습니다. 안 후보(55.0%)와 박 후보(29.2%)의 대결에서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야권 누가 됐든 20%포인트 이상, 오차 범위 밖에서 박 후보를 앞서는 걸로 나온 것입니다. 최근 열흘 사이에 나온 조사에서도 격차의 폭만 다를 뿐 결과는 대동소이했습니다.
이런 흐름 속 오 후보의 승리는 향후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쥘 거란 '예상'을 '현실'로 쐐기를 박은 게 됐습니다. 설사 보궐선거에서 진다고 해도 이번 단일화 국면에서 '제1야당'의 저력을 확인한 만큼 이후에 이뤄질 정계개편은 국민의힘이 끌고 갈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의힘 주도로 정계개편이 이뤄지고 그 궁극의 목적인 '차기 대선'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다면? 정치권 안팎의 눈길은 온통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쏠릴 겁니다. 최근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40%을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 1년 가까이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이재명-이낙연 두 여권 주자와 차이를 벌리며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이번 단일화 결과와, 나아가 오 후보의 보궐 승리로 이어지는 그림은 결코 달갑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윤 전 총장이 독주할 수 있는 건 중도-무당층의 지지에다, 당내 5% 이상 대권주자가 한 명도 없는 지리멸렬한 상태인 국민의힘의 지지층들이 집결한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힘의 균형'이 갖춰질수록 윤 전 총장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오 후보가 당선되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관계 구축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와 호남 구애론, 단일화에서 안철수 대표와의 설전 등을 놓고 거센 반발이 터져나올 때도 흔들림없이 당을 이끈 김 위원장이 서울-부산시장 당선까지 거머쥔다면, 당권 연장은 물 흐르듯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아가 대권까지도 넘볼 수 있습니다.
민심과 당내 지지력의 밀도, 윤 전 총장의 3지대 구축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보궐 승리'의 순간, 김 위원장의 '대권 가능성'이 더 열리는 셈입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총장직 사퇴 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에게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거나 "이제는 야권 사람"이란 말로 러브콜을 보낸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바르고 국가를 경영할 만한 원칙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정계개편에 따라 보수 야권 내에서 김 위원장
4.7 보궐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 윤 전 총장은 어떻게 움직이느냐, 민심과 제1야당의 당심은 어디로 움직이느냐, 여러 변수에 놓인 야권이 '대변혁'의 기로에 서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