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오늘(16일)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또다시 강도 높은 비난성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대내용인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란 제목의 담화문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남조선당국은 (한미훈련 시행으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3월 봄계절에 훈풍이 아닌 스산한 살풍을 몰아오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담화문에는 자신들이 중단을 요구했던 한미 훈련이, 규모가 어찌됐든 일단 '시행'된 것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곳곳에 담겼습니다.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8일부터 9일 간 일정으로 시행 중이며, 참가 인원을 최소화하고 야외 기동훈련도 하지 않는 등 규모가 대폭 축소됐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남측이 규모 축소를)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이해를 바라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다"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친 개를 순한 양으로 봐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궤변", "얼빠진 선택", "치료불능 상태" 등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예년에는 북한이 한미 훈련을 시행하기 전에 경고성 담화문을 냈고, 시행 후에는 도발성 담화를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시행 막바지에 한 차례 메시지를 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담화문이 미국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에 마춰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의외로 굉장히 조용했다가 오늘 발표했는데, 수위 높은 발언이 있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선 톤다운이 된, 전반적으로 조정된 느낌"이라며 "미국의 (대북)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미국을 직접 겨냥하진 않고 남한을 자극해서 변화를 기대해보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실장은 "북한 입장에선 한미 훈련을 하긴 했으니 그냥 넘어갈 순 없었을 테고, 미국의 두 장관이 우리나라에 와서 공식적인 워딩이 나올 때까지 도발하지 않고 상황을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담화문에서 미국을 겨냥한 건 두 문장에 그칩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것이 좋을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 부부장이 남북 협력 중단 조치를 '통보'한 것이 아닌 '예고'한 것에 그쳤단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담화문에선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다"거나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력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해당 발언이 당장의 개시가 아닌 엄포성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언급에서도 "남한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단서가 달렸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 담화문과 관련해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정부는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말로 담화에 대한 입장을 대신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담화가 한미연합훈련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한미 2+2회담을 앞두고 나온 데 대해서는 유의하고 있다"면서 "(미국) 장관
미국 오스틴·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장관급 대표단의 첫 방문으로, 그동안 미 행정부가 전면 재검토했던 대북정책을 양국이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