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사저 농지 매입 관련 야권의 의혹 제기에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불쾌감을 드러낸 일에 대해 야권 인사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글에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은 "저도 민망합니다. 11년 경력의 영농인 대통령님"이라고 직접 비꼬는 댓글을 달았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께서 지난 2008년부터 11년 동안 본인이 농부였다고 영농경력 11년이라고 쓰신 서류가 국회에 제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야권 인사들도 문 대통령의 글에 "실망이다"라며 반박에 나섰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LH 불법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감정적 분노를 거두고 소상히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내돈내산'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부지에 대해 '탐욕', '욕심'이라 비난했던 장본인은 바로 문 대통령이었다. 이 정권 내내 일관하는 그 지겨운 위선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LH 불법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국토부 장관은 사표를 쓰고, LH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날, 대통령은 본인의 사저 부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고 ’좀스럽다’고 짜증을 낸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국민들은 이 허탈과 분노를 달래줄 대통령의 공감, 사과, 위로의 말을 기대했다. 그런 국민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고작 본인 소유부지에 대한 원색적인 분노의 표출인가"라고 반문한 뒤 "자신의 일에는 저렇게 화를 내는데 국민의 분노는 왜 공감하지 못하는가. 문재인 대통령님, 정말 실망이다"고 적었다. 윤영석 의원은 SNS 글에서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혹했던 대통령이 본인의 허물을 지적하는 비판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조절 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이 '민망'하고 '난감'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님, 국민에게 하시는 말씀치고는 좀 심하다. 겁난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한 후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말버릇이 좀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무섭다"고 적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의 '좀스럽다'는 발언에 "이건 백 년짜리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야
이에 비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분노'라며 문 대통령의 글을 공유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거짓말하던 선동꾼들이 오늘날 정치판에 좀비처럼 살아있다"며 비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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