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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옛 주한 일본 대사관 부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의 모습. [이승환 기자] |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최근 일본 정부가 위안부 판결에 대해 강제징용 판결 보다 더 엄격한 판단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4일 전했다. 한 소식통은 "위안부 판결 관련 레드라인은 자산압류"라며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한 압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기업 자산을 압류 대상으로 한 강제징용 판결보다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 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을 내린 뒤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 착수하자 일본 정부 인사들은 현금화까지 이뤄진다면 관세 인상·송금 및 비자발급 정지 등의 보복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위안부 판결에 대해서는 현금화 이전 자산압류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조치를 발동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강제징용 판결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위안부 판결의 피고는 일본 정부다. 배상 주체도 자산 압류 대상도 일본 정부라는 점에서 강제징용 판결보다 일본이 받아들이는 충격이 크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외교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전달해온 바는 아직 없지만 그렇게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우리측도 관련 가능성을 예상해가며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일본 정부가 배상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국내에 소재한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한 압류명령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 사법부가 국제법상 원칙인 '주권면제'(국가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타국 법원이 판단하지 않는 원칙)를 어겼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다만 국내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의 경우 상당수가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외국 공관 재산 등에 대한 불가침 원칙)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원고측에서 일본 정부가 소유한 국내 금융자산을 압류하려 해도 이것이 단순한 금융자산인지 아니면 외교자산인지를 구분하기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외교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 자산 압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기업보
외교부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사죄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산 압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예단할 수는 없다"며 "엄중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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