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안이 가결된 것과 관련해 여야가 '표 대결'에서도 드러난 만큼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회는 오늘(4일) 오후 본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찬성 179표로 과반을 여유롭게 넘겼고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였습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이탈표가 거의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대표발의한 이탄희 의원은 가결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국회의원으로서 부여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4선 중진인 홍영표 의원은 "사법정의를 제우기 위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지키는 무거운 한 발을 뗐다"(고민정 의원), "헌법재판소가 사려 깊은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 확신한다"(강병원 의원)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야권은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마자 전원 기립해 "분풀이 졸속탄핵, 사법장악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위헌적 탄핵소추 가결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오점이 생겼다"고 성토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신들(민주당) 입맛에 맞는 판결만 내리는 법원을 바란다면, 차라리 광화문 한복판에서 인민재판을 여는 건 어떤가"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치욕을 당했다"라며 "이번 판사 탄핵의 초점이 '사법농단'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사법부 포획'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 지사는 특히 "내부고발자라는 간판을 가지고 공천 받은 판사 출신 의원이 '사법 불신이 누적되어 있는 것'이라며 깃발을 들었다"라며 "또 다른 판사 출신 의원은 '본인 역량 부족으로 인사조치 당했다'는 선배 판사의 증언에 모욕감으로 탄핵을 이끌었다"고 적었습니다. 이번 법관 탄핵에 앞장선 이수진, 이탄희 의원을 저격한 겁니다.
이어 "재판청탁 중진 의원도 탄핵발의에 참여한 것은 차라리 코미디"란 말로 서영교 의원도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신환 전 의원은 "'누구든 수 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조폭 논리로 180석 거대 여당이 힘자랑을 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서
국회 통과 1시간반 만인 이날 오후 4시 55분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되면서 '사상 첫 법관 탄핵'의 공은 이제 헌재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