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북한 주요 인사 가운데 한 명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미국 매체를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류 전 대사대리가 언론사 중에 처음으로 자사와 인터뷰를 했다며 오늘(1일) 보도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태영호 전 공사 등과 함께 최근 북한에서 망명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지난 2019년 9월 근무지인 쿠웨이트에서 이탈해 가족과 함께 입국한 류 전 대사대리는 탈북 동기로 10대인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쿠웨이트에서 한 달 동안 탈출 계획을 짠 뒤 딸을 차로 데려다주는 것처럼 위장해 쿠웨이트 주재 한국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고 며칠 뒤 한국에 도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딸에게 '엄마 아빠랑 자유를 찾아가자'고 말했더니 딸은 충격을 받은 뒤 '그래요'라고만 말했다"며 딸이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으로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의 핵 능력은 체제의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세 진단도 내놓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가 북한 생존의 열쇠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려고 핵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의향은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핵화 접근법이 잘못됐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과 협상에서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스스로 난처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중동 근무 시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타결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류 전 대사대리는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과의 경험을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핵무기를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북한 핵문제도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류 전 대사대리는 대북제재 자체는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강력한 대북제재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에 남겨두고 온 형제자매 3명, 83세 노모, 고령의 장인·장모가 처벌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내 고위층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봉건적인 가족집단 처벌제도를 21세기에 운영하고 있다는 게 끔찍하다"며 "북한 체제에서 인권 문제는 민감하고도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