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데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한지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에서 출마 선언하며 "시장직 중도 사퇴로 큰 빚을 졌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큰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전 서울시장직 중도사퇴로 서울시민에게 큰 빚을 진 사람이 이렇게 나서는 게 맞는지, 오랜시간 자책감과 개인적 고뇌가 컸다"면서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제가 사회로부터 받은 수혜만큼 미력하나마 앞장서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 받고 집값 폭등으로 투전판이 된지 오래"라며 "전임 시장의 성추행범죄로 시장직이 궐석이 되면서 폭설 하나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등 한마디로 빈사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 "제겐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재선 시장으로 5년간 쌓은 '시정 경험'이란 비장의 무기가 있다"며 "위기의 서울을 살리기 위해선 당선 다음날부터 당장 시정을 진두지휘하며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경험 있는 노련한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서울시장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채 1년도 되지 않는다"며 "빈사 상태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가 출마 선언 장소를 북서울꿈의숲으로 택한 이유도 '경험'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서울꿈의숲은 오 전 시장이 재직 당시 조성한 시민공원이다. 그의 치적을 강조하며 '일꾼'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앞서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경선 후보 등록 전날인 17일까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이나 합당을 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는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그의 선택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굳이
오 전 시장은 이날 이에 대해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에서 한 결단이었다"며 "다만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저의 출마를 바라는 분들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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