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 구성한 노동당 지도부의 특징은 세대교체와 효율성 제고로 요약됩니다.
집권 10년차를 맞는 김정은 정권의 자신감을 드러낸 듯 고령의 인사들을 과감히 현업에서 배제하고 직제의 겸직을 최소화했습니다.
우선 70대 후반부터 80대까지 '올드보이'가 즐비했던 김정은 집권 초기와 달리 60대가 중심이고 최고령 연령대가 70대 초반 대로 팍 줄였고, 그 자리를 젊고 검증된 인사들로 채웠습니다.
최근까지 남아있던 마지막 최고령 82살의 박봉주는 김정은 정권 들어 총리와 경제 담당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으로 활동했으나 이번에 현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박봉주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는 60대의 젊은 조용원이 꿰찼습니다.
국정 운영의 핵심에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37세의 김정은과 70대의 최룡해와 리병철, 60대의 김덕훈과 조용원 5인으로 평균연령이 낮아졌습니다.
조용원은 상무위원뿐 아니라 노동당 비서에도 올라 초고속 승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10대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그림자로 최측근으로 승승장구해오다가 마침내 간부로서 최고 자리에 올라선 셈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유년시절 각별한 인연으로 군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국장, 인민보안상(우리의 경찰청), 당 군정지도부장 등 고위직을 두루 역임했던 77살의 최부일도 은퇴했습니다.
대신 그 자리는 항일빨치산 1세대이자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의 일등공신이었던 군원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3남인 67세의 오일정 당 부장이 차지했습니다.
오일정은 김정은 집권 초기 승승장구하다가 잠시 모습을 보이지 않기도 했으나,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을 건너뛰고 정치국 위원에 올랐습니다.
새로 구성된 정치국과 비서국, 당 부장 중 남아있는 70대 후반은 오수용 등 극소수에 그쳤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측근 실세 조용원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해 최고의사 결정 과정이 보다 제도화되고 지도부 세대교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10여 명으로 구성됐던 종전 정무국과 달리 비서국을 최정예로 최소화하는 등 효율적인 당 운영직제를 구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서국은 김정은 총비서를 중심으로 조용원(조직), 박태성(선전), 리병철(군사), 정상학(감사), 리일환(근로단체), 김두일(경제), 최상건(과학교육) 등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중시되는 핵심 분야 비서들로만 구성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일성·김정일 체제에서부터 줄곧 유지해온 외교 및 대남 담당 비서 직책을 없애고 부장 직책만을 둬 주목됩니다.
김영철 전 대남담당 당 부위원장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직책이 내려갔지만, 정치국 위원을 유지했습니다.
국제부장에는 대표적인 대중국 라인인 김성남 국제부 제1부부장이 임명됐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 속에서 외교의 문이 좁아진 데다 악화한 남북관계를 의식하며 비서직을 굳이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비중을 낮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외교의 경우 대미 외교는 외무성 중심인데다 대중국 외교는 당 국제부가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당 국제비서의 역할이 미비했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지난 연말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밀려난 것으로 관측됐던 강경인사 리선권도 자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대외관계는 여전히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결정하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인사를 활용해 펼쳐나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당 조직비서와 당 조직지도부장을 별도로 둔 것도 이례적이어서 주목됩니다.
1970년대 초반 김정일 후계체제 때부터 당 조직비서와 조직지도부장은 겸직했고 김정은 집권 이후 리만건과 김재룡도 겸직했으나 이번에는
일인지배 체제의 북한 권력 체제에서 내부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조직지도부의 특성상 업무를 분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당내 활동을 전반을 감사하는 검열위원회를 없애고 그 역할을 당내 회계 감사만을 전담했던 당 검사위원회로 일원화해 중복 폐해를 없앴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