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약 5분간 진행된 사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약간씩 목소리가 떨렸고,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는 말로 사과를 시작했다. 그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상태에 있다"면서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정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된 데 대해 정당 공동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유임받게 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저희 당은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을 했다"며 통렬한 자아비판을 하기도 했다.
탄핵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김 위원장답게 이 문제도 사과문에 포함시켰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고 전제하면서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삼성 등을 겨냥한 것이다. 기업 이야기가 나온 후에야 박 전 대통령 탄핵의 핵이 됐던 최순실씨를 언급하며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여러분께서는 저희당에게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셨다"면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고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 아울러 정당정치의 양대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한 고민을 하고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여러분의 마음에 맺혀있는 오랜 응어리를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인다. 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맺었다.
일각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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